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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빅6 절반이 육군대장 출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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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 출신의 약진과 견제·균형의 투 톱 시스템. 국가정보원장에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이 낙점되면서 진용이 모두 갖춰진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특징이다.

 이른바 ‘빅 6(국가안보실장, 국정원장, 외교·국방·통일부 장관, 외교안보수석)’로 불리는 외교안보 핵심 요직 중 절반인 세 자리가 군 출신이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육군사관학교 선후배 사이다. 특히 남재준 후보자의 경우 12년 만의 군 출신 국정원장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3월 임동원 원장 퇴임 이후 직전 원세훈 원장까지 6명의 원장은 모두 민간인 출신이었다. 군 출신인 세 사람은 모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최일선에서 체험했던 경력을 갖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빅6에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비서관급까지 포함한 12명의 멤버를 놓고 봐도 절반인 6명이 육사 출신 군 인사다. 청와대 박흥렬 경호실장도 군 출신(육사 28기)이다 보니 “군 인맥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김현 민주당 대변인)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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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달 12일의 3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 국면에 대한 포석이란 풀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장을 군인 출신으로 내정한 건 국내 정치보다 대북 업무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right person(필요한 적절한 사람)”이란 인선 원칙을 언급했다고 한다.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을 받아 군인들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장(김재규)에게 아버지를 잃은 심적 충격도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번 인선으로 외교안보 라인의 파워게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김장수 외교안보실장의 독주체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남재준 카드가 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김 실장으로선 육사 2년 선배인 데다 캠프 시절부터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남 원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국책 연구기관 박사는 “청와대와 국정원이란 두 권력기관의 책임자를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투 톱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국제 공조를 포함한 외교 현안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끌게 됐다. 주미대사관 공사를 지낸 미국통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맡았던 경륜을 갖췄다. 외시 4회 선배이자 유럽통인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의 호흡도 무난할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북핵 전담부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에서 일해온 김홍균 국제협력비서관과 북미국장 출신 김형진 외교비서관이 각각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에서 쌍두마차 역할을 하며 뒷심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다소 의기소침해진 분위기다. 장관에는 외부 전문가 출신인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낙점됐다. 또 통일부 몫이던 통일비서관도 홍용표 한양대 교수가 차지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핵 위기국면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가동을 위해서는 남북대화와 경협·교류 분야를 챙겨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노무현 정부 말 이재정 장관 체제의 통일부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북협상을 밀어붙인 후과(後果)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NLL 고수 입장이었던 김장수 안보실장이 통일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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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잡습니다=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 표 가운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석좌교수로 재직한 학교는 서경대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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