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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오른 '판잣집 소년 가장' 누군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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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동연

서울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소년이 장관에 올랐다. 국무총리실장으로 발탁된 김동연(56)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다.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 신당동에서 쌀도매상을 하던 부친이 작고하자 청계 7가 하천변에 판잣집을 짓고 세 동생과 함께 어머니·할머니를 모시는 소년가장이 됐다. 청계천 복개공사로 강제 이주당한 뒤에는 성남에서 천막 생활도 했다. 대학은 갈 형편이 안 돼 상고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바로 은행에 취직했다. 그러면서 낮에는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 법학과를 다니며 공부해 1982년 입법고시(6회)·행정고시(26회)에 연이어 합격했다.

 국회 사무관으로 출발해 재정경제원·기획예산처에서 30년간 일한 그는 지난해 2월 기획재정부 2차관이 됐다. 이때 ‘고졸차관’이란 별명을 얻었다. 경기고-서울대 출신이 가득한 엘리트 정부기관에서 상고(덕수상고)-야간대(국제대) 출신으로는 전례 없는 성공 신화였다. 김 내정자는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순간도 꿈과 도전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이젠 총리를 잘 보좌해 원활한 국정 운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표정과 달리 그는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다. 휴일인 3일에도 국정운영1, 2실장을 비롯한 총리실 주요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들에게 “주초에는 정부 차관회의를 소집해 새 정부 국정과제의 구체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정부에서 거듭 청와대 경력을 쌓아 정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을 듣는 그는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재정부 예산실장에 이어 예산 분야를 총괄하는 2차관을 맡아 재정 건전화에 앞장선 그는 재정 확보 없는 복지 확대에 대해 반대 소신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여야가 앞다퉈 복지공약을 쏟아내자 “무분별한 복지를 만약 도입하게 된다면 국가채무 수준을 훨씬 더 뛰어넘게 될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대선 직전에도 ‘진정한 용기’라는 제목의 중앙SUNDAY칼럼에서 “우리의 현실과 도전과제를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용기 있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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