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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나의 영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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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의 사랑하는 세계시민이여, 그대들 앞에 선언하노라. 내가 세계의 왕임을-. 』10월3일 「아프리카」대륙에는 해괴한 「세계왕국」이 창시되는 재미나는 일이 있었다.
『이 지구상에 많은 왕국이 있을지라도 그들은 모두 하나의 「세계왕국」품안에 안길지어니. 나의「세계왕국」품안에서 그대들은 행복과 사랑을 누릴지어다. 하느님은 이지구라는 한왕국에 하나의 통치자를 보냈으니 바로 나 세계의 왕」이니라. 』 이렇게 거창한 선언과 함께 탄생한 「세계의 왕국」은 그 주인이 바로 「세계의 왕」이요 영토는 지구전체이며 백성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라했다. 10월3일 아침, 「카이로」시내한복판 「나일」강가에 열마리의 낙타가 줄지어 있었고, 그중 네 마리의 등위에는 네사람의 미국인이 타고 있었다. 이 낙타의 대열은 서서히 행진, 「카이로」의 북녘에 자리잡은 「피라밋」에 이르러 멈췄다. 낙타대열의 맨앞에 타고있던 「가톨릭」신부복차림의 중년신사가 천천히 「스핑크스」앞으로 내려 걸어갔다. 그뒤엔 아름다운 한여인과 두명의 중년신사가 뒤따라가고 있었다. 「스핑크스」 앞에 이르자 한 남자수행원이 기다란 뿔과 팔을 높이쳐 들고 괴상한 나팔소리를 울리자 이아름다운 여인은 목을 뽑아 외치기 시작했다. 『세계의 왕 대관식을 선언하노니, 세계왕국의 백성들이여 들을 지어다. 』뒤이어 신부복차림의 신사는 대관식을 시작했다.
그는 두손을 높이들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채 잠시 묵도한 다음 자기가 「세계왕국」의 왕임을 자기 입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왼손에 들고있던 「빌로도」로된 왕관은 손수 썼다. 그다음 왕국의 국기를 펼쳐보이고 그의 목에 걸쳐 게양했다. 두손을 널리 벌리고 환호(?)하는 백성들앞에 엄숙히 답례했다. 왕의 대관식은 끝났다.
스스로를 「세계의 왕」이라 일컫는 이 중년신사는 미국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도착, 그곳에서 「하느님교회」의 주교성품을 받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계왕국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는 한나라이어야하며 한사람의 통치자를 가져야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나의 백성들이 나의 통치를 느끼든 말든간에 나는 통치하고 있다』고.
그의 수행원 가운데는 미국의 대학교수였었다는 「빌·로저즈」라는 사람ㄷ 있었다.
그는 68년 「존슨」대통령과 맞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이들 일행의 행각은 정신나간 사람들의 장난이라고 보아넘기기엔 너무나 진지했었다. 그러나 하나의 구경거리로 끝났다.
「카이로」서 정지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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