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국회운영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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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일에 열렸던 국회의장단과 여·야총무 연석회의에서 공화당측은 야당측 제안인 선거관계법개정문제는 성의를 갖고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예결위원회구성을 위해 민중당측 예결위원선정을 해주도록 요구했었다.
이에 앞서 민중당측은 선거법개정안의 성의있는 검토는 개정에 응한다는 뚜렷한 보장이 되지 못하므로 예결위구성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 격심한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대립의 조정안으로 오늘의 여·야총무회의에서는 개정의 필요가 있다면 선거관계법의 개정을 하며 우선은 예결위에서 추경예산안만을 다룬다는 점에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회운영의 정상화를 위하여 여·야간의 접촉은 지속될 모양이지만, 민중당이 신년도예산안을 위한 예결위구성을 계속 거부하는 경우 여당은 예산안의 단독심의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어 국회운영은 중대기로에 다다른 감이 있다.
그동안 국회는 밀수사건에 대한 대정부질의와 그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시일을 소비했다. 이제 정기국회는 회기말까지 80을 남기게 되었는데 이 80일이란 기간은 국회운영이 정상화되어 국회가 국정감사, 그리고 예산심의등에 주력한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성의껏 활동하기에는 촉박한 것이다. 하물며 국회가 선거관계법개정문제를 에워싸고 여·야간의 대립이 격심한 정쟁으로 번져 국회운영의 공전을 면할 수 없게 된다면 국정감사는 수박겉핥기의 형식적인 것이 되고 말것이고 예산심의 역시 지극히 소홀해질 것이 분명하다.
대체 정기국회란 무엇때문에 열리는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국회가 지니고 있는 권한중 가장 크고 또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정감사권과 예산심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열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기국회는 국정감사, 그리고 예산심의에 대해서 모든 안건중 가장 우선적인 비중을 인정해 주고 이 두가지 사항의 처리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의 집중적인 배당이 절실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정기국회는 우발적사건에 대한 대정부질의로 많은 시일을 소비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도 선거법개정보장과 예산안심의를 「버터」함으로써 정쟁확대에의한 공전위험성을 돋우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선거관계법규개정의 필요성을 시인하는데 원칙적으로 인장치 않지만, 선거관계법의 개정보장없이는 국정감사고 예산심의고간에 모두 응할 수 없다는 정략적인 태도는 단호히 배격한다.
선거법개정보장없이는 일보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야당측의 소승적인 자세는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기실 국민을 우롱하는 자세인 것이다. 왜냐. 야당이 참가치않는 국정감사는 결국 정부의 시책을 합리화해주고 추인해 주는 결과가 되겠기 때문이요, 야당이 참가치 않는 예산심의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백지승인을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겠기 때문이다. 이 매우 간단한 사리를 십분 인식하는 야당이라면 좀더 정약에 신축성을 갖게 하여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하면서 선거법개정을 서둘러 나가야 할 것이다.
정기국회가 지금까지 남긴 유일한 업적은 「특정재벌밀수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심대한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이었으니 만큼, 「특위」가 구성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특위」를 구성하는 것으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위」가 어느만큼 공정하게 활동을 전개하여 국정쇄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데 문제는 있다. 지위의 조사활동은 외자도입행정의 허점과 차관업체에 대한 관리제도상의 결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입법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도를 강구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여·야합의로 모처럼 구성되는 「특위」니 만큼 지난날의 이런 종류의 「특위」처럼 그 활동이 유야무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일절의 정치적인 잡음의 개재를 배격하고 건설적이고 「합법적」인 활동을 해주었으면 한다. 특위활동의 방향을 올바르케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체적으로 국회운영이 공전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여당은 관용과 인내를 보이고, 또 야당은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 국회운영을 하루속히 정상화하여 정기국회로서의 본래의 사명을 다해주기를 요망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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