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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 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성생활이 문란한 것 같은 구미. 그러나 상상외로 공중의 장소에서는 절도가 있다. 접객이 본업인 「호텔」에서도, 남녀의 유별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곳이 많다. 가령 「유스·호스텔」 같은 데서는 남녀숙소가 분리되어 있어서 소위 「아베크」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독신만 머무르는 특수 「호텔」은 전부가 「싱글·베드」. 만약 그것을 어기면 추방해 버리고 만다. 침대에 비밀체중기가 장치되어 있는 곳도 있어 가끔 화제가 되어있다. 품행이 단정치 못한 손님이 몰래 여자친구를 데리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 무게 때문에 자동 「벨」이 울린다는 것이다.
보통 「호텔」에서도, 방문객은 실내가 아니라 「러비」에서 만나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의 「호텔」이나 여관은 「에덴」동산과 같다.
「오프·리미트」가 없는 성의 천국으로, 「노아」위 방주속으로 들어가듯 대부분이 쌍쌍의 행렬이다. 여행객을 위한 여관이 아니라 『「아베크」를 위한 「아베크」에 의한 「아베크」의 여관』이라는 인상이 짙다. 이러한 맹점이, 이번 국체를 통해서 여지없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지금 1만3천여의 선수가 투숙하고 있는 서울의 1백여개 여관가운데는 설비와 종업원이 없어 선수들에게 식사제공을 하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방은 있어도 그 방에 든 손님에게 식사를 제공할 그릇과 숟가락이 없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심지어 20,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관에 종업원은 한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않는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주로 『「아베크」족을 투숙, 방을 빌려주는 것으로 영업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은 신선들만 사는것도 아니고 수도원만 존재하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공중이 이용하는 자리는 최소한 윤리의 말뚝은 있어야 하겠다.
선의의 순수한 여행객을 위해서도 접객업소의 분위기는 정화되어야 마땅하다. 특히「틴·에이저」의 「아베크」투숙은 아무리 장사라 하더라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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