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발언 쏟아내던 박근혜 "유연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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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 프로그램이 구체화·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는 별개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우선 시작하고 인도적 조치 외에도 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정책의 방향은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는 국제사회 차원의 억제력 확대와 인도적 대북지원을 포함한 신뢰회복 프로세스가 이를 보충하는 투 트랙의 종합적 구조”라며 “안보리 결의 등 국제적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북한과는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행동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먼저 이걸 해야 남한이 저걸 하겠다는 식’의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비해 유연성이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명박 정부 때 20분의 1(2007년 2892억원→2012년 141억원)로 줄어든 정부와 민간의 인도적 지원에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5·24 조치를 통해 대규모의 직접적인 대북 지원을 중단했고 국제기구와 NGO 등을 통한 제한적 지원만 허용해왔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더 강력한 추가 제재가 나올 것이 분명하고 이는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매우 크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안보리의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호응이 있어야 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도 이날 취임 후 처음 참석한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확고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에 신뢰를 쌓아서 행복한 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올바른 선택으로 변화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더욱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며 “북한도 남북합의와 국제적 합의를 존중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신뢰의 길로 나오기 바란다”며 북한의 자세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실험 후 “피해는 고스란히 북에 돌아갈 것”이라는 등의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데서 대화와 대북 지원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어서 향후 북한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국은) 안보리 결의는 준수하면서도 최선의 (대북) 프로세스를 진행할 준비가 돼있다. 여건은 북한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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