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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 부품 판매" 日, 평화국가 상징 버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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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이 평화 국가의 상징처럼 내세우던 ‘무기 수출 3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일본 정부는 1일 안전보장회의 및 각료회의를 열고 일본 기업이 제조한 F-35 스텔스 전투기(사진) 부품의 수출을 ‘무기 수출 3원칙의 예외’로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분쟁 당사국 등에 무기가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경우 무기 수출을 금지해 온 원칙을 깬 것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이날 오후 담화에서 “F-35는 미국 등 9개국이 개발 중인 최첨단 전투기로, 이 부품 제조에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건 일본의 방위 생산 및 기술 기반을 유지·육성·고도화하는 데 이바지한다”며 “(F-35의 제3국 수출은)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한 미국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하는 육·해·공군 통합 전투 공격기인 F-35는 일본 항공자위대가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도입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가 1967년 ▶공산권 ▶유엔 결의에서 금지된 국가 ▶국제 분쟁의 당사국 혹은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는 무기 수출을 하지 않겠다는 ‘무기 수출 3원칙’을 도입했다. 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은 이들 외의 국가에도 무기를 원칙적으로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원칙은 법제화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역대 정권은 이를 평화 국가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83년 대미국 무기 기술 제공, 2004년 미국과 미사일방어(MD) 공동 개발·생산을 3원칙 적용의 예외로 인정하는 등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이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 때인 2011년에는 국내 방위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무기의 공동 개발·생산을 예외로 인정하며 사실상 허용했다. 인도적 목적의 장비 제공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3원칙, 즉 공산권, 유엔 결의에서 금지된 국가, 국제 분쟁 당사국 혹은 그 우려가 있는 국가로의 수출 금지란 틀은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이런 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주변국과 군사적 분쟁이 이어지는 이스라엘이 F-35를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분쟁국 수출 금지 조항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예외조항을 만들었던 역대 내각들이 담화문에 명기했던 “국제 분쟁 등의 조장을 회피한다”는 문구는 이번에 빠졌다. 대신 미국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형태를 취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이 3원칙 위배에 대한 국내외 비난과 비판을 감수하고 F-35 부품 제조에 참여키로 한 것은 중국의 군비 증강 등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도 예산안에 F-35의 부품 생산라인 정비 명목으로 830억 엔(약 9700억원)을 계상했다.

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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