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구소의 운영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미 양국의 공동투자로 설립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의 기공식이 드디어 어제 홍릉임업시험장부지에서 거행됨으로써 과학기술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작년5월 박·「존슨」공동성명으로 그 설립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으며 미국의 원조자금 6백72만불과 내자14억원 합계33억원의 기금으로 69년초까지 완성될 예정인 이 연구소는 미국 「바텔」연구소의 설립계획에 따라서 건설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그 설립목적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산업개발과 직결되는 과학기술과 공업경제에 관한 조사연구, 장기적으로 응용연구의 밑받침이 될 기초연구와 연구기기의 자체생산기능의 구비, 과학기술도서관의 설치 등을 그 목적으로하는 것이므로 그 운영만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기술개발과 그에 따른 경제개발에 획기적인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개발에 필요한 기초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 나라의 경제가 도약하려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기술개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개발이 참말로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그 운영에 있어서 높은 안목과 식견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할 점은 연구소운영의 물질적 기초인 사원문제에 대한 항구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다.
연구사업은 투자에 비하여 눈에 나타나는 성과는 적은 것이 통례이므로 조급한 성과만을 기대하기 쉬운 당국자들의 기술개발의욕이 중도에 식을 염려가 없지 않다. 따라서 그 성과여하와 상관없이 연구사업을 영속시킬 수 있는 기금을 처음부터 확보해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두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연구소운영에 있어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대한 적절한 배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제능력으로는 먼 훗날이 아니면 활용할 수 없는 따위의 연구는 그것이 과학적 업적으로서는 훌륭할지 모르지만, 경제개발에는 공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실천적 기준에서 연구소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세째로 시설과 자금, 그리고 연영방침이 확보되고 확인되었다 할지라도 연구소가 활발히 움직이려면 우수한 과학자가 연구에 골몰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어야한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과학자가 모이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것이므로 과학자를 어떻게 대우할 것이며, 그들이 파벌적인 알력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시켜 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 것이냐에 대해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국내외에서 양성된 우수한 과학자들이 시설미비, 대우부족, 그리고 파벌적인 알력 등 때문에 과반수 이상이 국외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처럼 만들어지는 훌륭한 과학기술연구소가 애초에 기대한대로 훌륭히 운영되어 이 나라 과학기술을 크게 진흥시키고, 나아가 경제개발에 공헌할 수 있게 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