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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연일 뜀박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반도체 값이 연말연시 뜀뛰기를 거듭해 국내 경기 회복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시황 회복은 국내 증시 활황과 무역 흑자 폭 확대에 큰 보탬이 됨은 물론, 하이닉스의 영업수지를 호전시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의 통합 협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일 오전 아시아 현물시장의 D램 시세는 지난달 하순 이후 급격한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시장 주력인 1백28메가 SD램 값은 2.65~3.20달러(평균 2.83달러) 로 최고 거래가가 3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두달여 만에 세배로 뛴 시세로 반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상당수 시장조사 기관들은 수요.공급 여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경기가 바닥권임을 점쳤다. 과거 반도체 값 폭락을 예견했던 미국 어드밴스트 포캐스팅(AFI) 은 "이미 지난해 말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쳤고, 올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대세 상승론의 근거로 일본.대만 등지 업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는 데다 하이닉스.마이크론의 통합 협상으로 과잉 설비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번진 점 등을 꼽았다. 또 메모리의 쓰임새가 PC뿐 아니라 게임기.이동통신 단말기 등으로 다양화하는 등 시장 수요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점도 호재로 지적됐다.

세계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10,11월 두달 연속 증가했다는 소식도 기대감을 더했다.

하이닉스 박찬종 상무는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 D램(범용 제품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두배 이상 빠른 고성능 D램) 의 경우 생산시설을 다 돌려도 주문의 60~70%밖에 대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마저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노키아.컴팩 등 대형 수요처에 질질 끌려다녔던 국내외 D램 업체들이 목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메이저 업체 중 형편이 가장 어려운 하이닉스가 지난 한달 새 일부 제품의 장기 거래 가격을 세차례나 인상하자 전세계 반도체 관련 업체의 주가가 크게 올라갔다.

삼성전자.마이크론 등도 이달 중 대형 수요처에 대한 장기 공급 가격을 인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시황이 크게 좋아지면 하이닉스의 독자 생존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시각마저 나오고 있다"면서 "마이크론과의 통합 협상에서 유리한 요소"라고 말했다.

성급한 낙관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범용 메모리 값은 여전히 생산 원가를 밑도는데다 PC.휴대폰 등의 수요 회복, 하이닉스.마이크론 통합 협상의 성사 여부 등 좀더 지켜볼 게 많다는 것이다.

홍승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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