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제 식구 봐주기’ 구태 못 벗은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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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검찰이 또 ‘제 식구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사 성추문’ 사건과 관련, 피해 여성의 사진을 유출한 검사·실무관 3명을 벌금 300만~5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또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실무관·수사관 2명을 기소 유예했다. 약식 기소와 기소 유예는 검찰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경미한 처벌이다. 최고 수사기관인 검찰에서 검사·수사관 등이 조직적으로 인권침해를 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은 국민의 법 감정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처사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성추문 사건이 터지자 검사는 실무관에게 피해 여성의 주민등록번호를 주면서 사진을 구해 오도록 지시했다. 일부 실무관은 입수한 피해 여성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외부에 유출했다. 순식간에 사진이 사이버공간에 퍼져 여성은 심각한 고통을 당해야 했다. 검찰이 인권침해의 진원지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관련자 5명을 모두 기소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경찰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와중에 검찰은 경찰의 의견을 묵살하는 처분을 낸 것이다. 법원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관련자들은 정식 재판에 회부되지 않는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같은 일을 저질렀더라면 검찰이 이런 경미한 처벌을 했겠느냐”며 법 집행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 개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시민위원회에 심의를 넘겼는데 위원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해 여성이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고소를 취하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처음부터 단호한 처벌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이런 부실한 결과가 나왔겠는가.

 영화배우 박시후의 성폭행 의혹 사건을 놓고 관련 인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상털기’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사이버 테러를 응징해야 할 곳이 바로 검찰과 경찰이다. 명백히 인권을 침해하고 공익을 훼손한 사안을 어물쩍 넘기는 구태를 보이는 한 검찰의 신뢰 회복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