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은 고독하다"|「사르트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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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을 여행중인 블란서의 철학자이며 작가인 「장·폴·사르트르」와 작가「시몬·드·보봐르]여사는 20일과 22일 두차례의 강연을 가졌다.『지식인을 변호한다』라는 3부의 강연중에서 핵심을 이루는 22일의 「지식인의 역할」 에서 「사르트르」는 전투적 사상가의 면목을 발휘, 고독한 지식인의 입장과 지식인이 수행해야할 임무를 제시했다. 우리와 거리가 먼 주장이긴 하나, 우리에게도 생생한 문제를 던져주는 부분에 촛점을 맞추어본다.

<편집자주>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배층은 그를 한갓 「지식의기술자」 로 밖에 인정하지 않는다. 하층민은 지배층에 뽑혀 길러지는 「지식 전문가」와 아무 관계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배층에도 하층민에도 의심받는 모순된 존재다.
지식인은 현대사회에있어 순수한 지식의 기술자로서 살수없다. 그는 전문분야에서의 탐구를 사회나 「이데올로기」에 적용시키려 한다.
그러나 추상적방법이 그대로 구체적인 목적에 맞을수는 없다. 그는 그 방법을 특수화·구체화시킬길을 스스로 열지않으면 안된다. 참된 지식인의 탐구는 개성적인 것이다. 지식인은 자신을 사회적 상황속에서 파악하지않으면 안된다 .즉 그는 계층적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각해야한다.
예를 들면 인종차별주의와 싸우는데에 추상적인 지식으로는 충분치않다. 어릴때부터 젖어있는 편견을 철저히 밝혀내지않으면 안된다. 지식인은 보편적지식을 낳는 자지만 그 자신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지식인은 그가 속해있는 계층 (중산층)의 특수성을 밝힘으로써 자기들이 보편적계층이 아님을 밝히는 한편 특수정신에서 출발하여 보편화에로 향하는 노력을 의식하여야 한다.
지식인의 목적은 모든 사람의 소외상태를 없애고 사상의 자유를 회복하는데 있다. 자유로운 인간을 미래에 실현시키기 위해서 지식인은 지배층에 대해서도, 자기의 출신계층인 중간층에 대해서도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최대의 적은「가짜지식인」이다. 그들의 이익은 특권층의이익에 결부되어 있다.
그들은 지배층에 항의하는체하지만 실은 사기에 불과한 것이다. 지식인은 흔히 「급진적」이라고 비난받는다. 사실 지식인의 급진주의와 실천과는 하나의 것이다. 온건파는 권력에 항의하듯이 꾸미면서 권력에 봉사하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전쟁을 비난하는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가짜지식인은 급진주의를 거부하고 평화를 바라지만, 하나의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폭력이 살아 있는 이 세계에서 전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이상적인평화를 꿈꾸는것은 가짜지식인이다.
지식인은 고립무원이지만 타인들을 해방시키지않고는 자신이 해방될수없다. 모든것이 권력에의해서 그자신의 목적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소외는 지배층에까지 퍼져있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이아닌 비인간적인 목적을 위해서 일하고있다. 그러므로 지식인은 객관적인 모순을 자기자신의 모순으로서 파악하며, 자기의 모순과 싸우는 모든 사람과 연대한다.
지식인은 상층민의 눈으로 사회를보려고 하지않으면 안된다. 하층민은 절대다수다. 세계인구 30억가운데 20억이 그들이다. 이것이 헌대사회의 진상이다.
그러면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식인의 모순은 만인의 모순이요 사회전체의 모순이다. 모두가 소외되어 있다. 지식인은 인간전체 (지배층을포함한) 가 빠져있는 자기소외의 상황을 만인을 대신해서 자각적으로 의식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층민의 상황에서 출발하여 사회외 구조를 밑으로부터 보고, 사회의 진상을 가리고있는 「이데올로기」의 눈가림을 제거해야한다. 지식인의 역할에는 증언에서 순교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결국 그는 지배층에도 하층민에게도 비난받는것을 면할수없다. 지식인의 고립은 숙명이다.
이 고립은 지식인의 잘못이 아니다.
지식인의 역할은 인간전체틀 위하여 자신의 모순을 살고 모순을 넘어서는 것이다. 자기자신의모순에 의해서 지식인은 대중행동의 옹호자 민주주의의 옹호자가 되는 것이다.

<외지에서 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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