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비서관 내정을 공표 못할 이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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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 비서관 인선 과정이 ‘기기묘묘’하다. 현재 청와대엔 비서관 내정자 30여 명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다들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들 중 단 한 명에 대해서도 인선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24일 밤 늦도록 비서관 명단이 발표되지 않자 언론이 알음알음 취재하면서 한두 명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김대중 정부 이후 대통령들은 취임 전 비서관 명단을 일괄 발표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러나 이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

 해괴한 건 명단 확인을 요청하는 취재진에 청와대가 했다는 해명이다. “행정부도 1~2급 인사를 언론에 발표하지 않는 게 관례고, 청와대 비서관은 그 수가 너무 많다”고 했다고 한다. 잘못 알아도 크게 잘못 알고 있는 거다. 행정부는 1~2급은 물론 과장급까지 인선 사실을 공개한다. 청와대 비서관 수가 많다는데 1월 21일 인수위의 발표보다 많긴 하다. 당시 인수위는 장관급을 한 명에서 세 명(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으로 늘리고도 비서관을 34명으로 11명이나 줄였다는 이유를 대며 “청와대 조직을 슬림화·간결화했다”고 강변했었다. 취재 결과 채 한 달이 안 돼 비서관 수를 7명 증원하긴 했다. 그래도 역대 청와대에 비해 발표를 못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수’는 아니다.

 청와대에선 오히려 “관보(官報)에서 인선을 확인하라”고 말한다고 한다. 관보 게재 전엔 별도로 알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간 기업도 인사 내용을 언론에 알린다. 그게 국민에게 알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특히나 솔선수범해야 하는 청와대가 국민의 알 권리를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이러니 검증 또는 일부 내정자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지각 인선을 숨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거다. 또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보여온 ‘불통(不通)’형 인선 발표 스타일이 고질(痼疾)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는 거다. 인선 배경이나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젠 사람까지 밝히지 않으려는 데까지 나아갔으니 딱히 부정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