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심술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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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들어 프로농구 전주 KCC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지만 심술은 가히 '만점'이다.

31일 현재 10개팀 중 9위(10승16패)에 처져 원년인 '97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비마다 선두팀의 발목을 잡으며 연승을 저지하는 등 이른바 '잘 나가는' 팀들에게는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른 것. 실제로 KCC는 지난 30일 프로농구 통산 최다연승 기록 경신을 노리던 선두 서울SK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11연승을 질주하던 서울 SK는 마침 97-98시즌에 자신들이 세운 최다 연승 기록에 타이를 이룬 상태였기에 KCC의 이같은 '발목 잡기'는 농구판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올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던 팀들과의 네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11일 창원 LG, 지난 6일 인천 SK, 9일 서울 삼성, 30일 서울 SK까지 모두 선두팀들을 꺾는 기염을 토했는데, 이 팀들이 선두가 아닐 때에는 KCC가 모두 졌다는 점이 더욱 심술궂게 보인다.

게다가 LG와 인천SK, 삼성은 KCC에 패한 이후 모두 선두를 유지하지 못하는 '저주'를 받았기에 네번째 희생양이 된 서울 SK의 행보 또한 자못 궁금하다.

KCC가 이처럼 '심술궂은 팀'으로서 악명을 날리게 된 것은 정규리그 3연패를 이룬 뒤 전력의 누수 현상이 나타난 지난 시즌부터이다.

5할 승률도 못 채우고 6위(20승25패)에 그쳤지만 9연승을 노리던 삼성과 SBS 모두에 제동을 걸며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 올시즌에도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아직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KCC로서는 '다 된 밥에 재뿌리는' 역할로나마 명문구단의 상처난 자존심을 자위하고 있는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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