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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강화 정책 봇물 재원 마련은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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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복지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22일 발표된 정책들은 각 부처가 盧당선자의 분배철학을 의식해 마련한 것이다. 예상대로 분배가 강조됐고 이를 위해 정부는 자유방임보다 적극적인 개입과 규제에 나설 태세다.

특히 정부가 지금까진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을 펴왔으나 앞으로 중산층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을 집행할 구체적 수단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내용이 여럿 있는가 하면 재원마련 대책도 빠졌다. 이 때문에 각 부처는 盧당선자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선심성 선거공약 나열하듯 서둘러 쏟아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슴'으로 만든 정책=설익은 정책이 너무 많다. 우선 '시간제 육아 휴직'은 효율을 따지는 기업으로서는 받아들이기 거북한 내용이다. 여성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탈세를 막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한다. 정부는 1999년에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설치.운영하다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당시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자는 선에서 대책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때려잡기'식 단속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밖에 의료분쟁조정법은 과거에도 몇차례 추진됐으나 의견이 워낙 엇갈려 실패한 것이다. 경로연금의 경우 지금도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 책정된 예산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지급 대상을 더 늘리겠다는 모순된 내용을 담았다.

◇재원 마련이 관건=이미 올해 예산은 확정됐으므로 바꿀 수가 없다. 부처별로 예산을 아껴 분배정책으로 몰아준다고 해도 큰 여유가 생기기는 어렵다.

주요 사업으로 꼽힌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EITC)는 물론 모든 분배정책은 결국엔 예산이 뒷받침돼야 추진할 수 있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확대해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도 지금(1조7천억원)보다 3배인 약 5조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여기에 인수위는 분배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전담 공무원수를 7천2백명에서 1만5천명으로 늘리겠다고까지 했다.

이를 뒷받침할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방안을 추진하는 데 최소한 20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작정 세금을 더 거두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盧당선자는 이날 "내년부터 모든 정부예산은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검토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정경배 한국복지경제연구원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성장과 복지의 균형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이상렬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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