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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한국적인 아름다움을|G·K·윌슨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밖에서듣기만하던「고요한 아침의나라」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은 우선 그아름다움에 놀랄것이다. 나의경우, 한국에온지 벌써7년이나 지났지만 이따금 실감하게되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새로운것이었다. 전혀 싫증을느낄수없는 그아름다움이란 주로 한적한 전원풍경에서 얻어진다. 가벼운 산보길에 또는 여로의 차창에서 볼수있는 전원의 점경은 산들거리는 미풍과함께 거의 숨막힐듣한 환희를가져다준다.
이러한감상같은 느낌은 이땅에 오기전까지는 가질수없었던 그「아름다운 신세계」에로 나룰 곧장 인도해주는것이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나라에서 내가맛본 첫번째의 슬픔이란 아수 사소한것으로부터였다.
어느날 그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가 우연히 길주변에있는 이름모를꽃과 풀잎들에 시선이 가게되었다. 그 파릇하던 풀잎들이 어쩌면 그렇게 며칠 사이에 생기없이 누렇게 돼버렸을까. 그때 내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아름다움이란 결코 자연적인 것일수만은 없노라는 생각이었다. 그 아름다움을 언제까지나 보존하기위해서는 항장 인위적인 작용이 필요한것이며 신의 창조가 아무리 아름다운 것일지라도 이 아름다움이 영원할수는없는 것이다. 「영원의숲」이란곳의 아름다움은 우리인간의 마음속에만 있는것이지 주변에서 늘상 볼수있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가까이 있는 아름다움에선 항상 쉽사리 눈을돌려 버리고 환상속의 아름다움만을찾아 방황한다.
아름다움이란 평범한것에있다. 평범하면 평범할수록 가꾸고 키우는곳에 더욱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을것이다.
그 하찮은 풀잎에서얻은 교훈은 내게 이「고요한 아침의나라」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작은것부터 빛을 잃어가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을안겨다주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신의창조라고생각한다면 신의 계시라고도 할수있는 이풀잎하나에 어찌 등한할수있을것인가. 우리가까이에 있는 것들부터 가꾸고 키우면 그 아름다움은 언제나신선함을 간직할수 있을텐데―. 마치 봄비를 함빡맞은 파릇한 새싹들처럼.

<대구적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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