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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사건 「정치책임」묻고 박대통령「소신인선」인상|김차관승진은 「장체제」체질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재벌밀수사건을 계기로 야기된 정국긴장은 박대통령이 26일 일괄사표를 제출한 국무위원 중 김재무·민법무의 사표를 수리, 재무에 김학렬 경제기획원차관, 법무에 권오병 문교장관을 전임 발령하는 한편 후임문교에 문홍주 전법제처장을 기용발령함으로씨 정상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박대통령은 재벌밀수사건에 주무장관으로서 감독장의 책임이 있는 김재무, 그리고 사건발생후 정부내의 법해석상의 혼란을 일으킨 데 책임이 있는 민법무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워 경질, 재벌밀수사건으로 파생된 정치적 불안을 제거하고 내년총선에 대비한 국민여론에 주의깊은 관심을 표시한 셈이다.
박대통령은 지난 22일 정총리이하 전 국무위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은 후 줄곧 수리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보류, 국내정국의 추이를 관망해왔는데 『사태의 진전이 예상외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24일부터 공화당 및 측근자들과 일부개각문제를 협의하기 시작했다.
24일 아침 청와대를 방문한 김종필 공화당의장 장경순 국회부회장은 박대통령에게 이번 기회에 장부총리, 권문교 및 재벌밀수에 정치적 책임이 있는 각료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각을 건의했다.
24일 장부총리도 청와대를 방문, 자신의 진퇴문제를 박대통령과 협의했는데 박대통령으로부터 「모종언질」을 받았는지 장부총리는 그날부터 온갖 「공식석상」에 참석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개각의 대상이 되었던 김재무 권문교 민법무는 각료일괄사표제출과는 별도로 박대통령에게 개별사표를 제출, 박대통령의 「결정」에 처음부터 여유를 주었다는 말도 있다. 9·26 일부 개각은 25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박대통령 정총리 엄내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 이후낙 청와대비서실장 등이 모인 수뇌회의에서 최종인선이 매듭지어 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부개각은 공화당이 당초 내걸었던 장부총리를 주대장으로한 「당의사」 의 백%반영은 꿈으로 사라지고, 개각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재무에 김학렬차관이 승진 기용되었다는 것은 「장체제」의 체질개선을 의미한다는 일부의 관측도 있다.
또한 내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일각에서 끈덕지게 경질을 수강하던 권문교가 법무로 전임되었다는 것은 공화당의 의사보다 박대통령자신의 평소의 소신대로 인선되었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풍기고 있다.
당초 시기적으로 지금이 개각할 시기가 아니라는 청와대주변의 일부주장은 국내외적으로 예상이상으로 큰 물결을 일으킨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 때문에 후퇴, 내년 총선을 앞둔 대대적인 선거개각의 소지는 남겨준채 단행되었다고 하겠다.
결국 9·26일부개각은 재벌밀수와 더불어 정계에 불어닥친 태풍을 시기적으로 빨리 잠잠하게 하고, 최소한의 희생으로 추락된 정부의 위신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 그리고 부정을 철저히 응징하는 국민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취해진 「정치적 결단」이라고 풀이할 수 있으나 이번에도 청와대로 향한 공화당의 영향력 행사는 명분에만 그친감이 없지 않다. <이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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