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양출어 30일|시험조업 제 2진어부 좌담회|모선없인 어려운 어장|무시무시했던 물기둥|장비 등 현대화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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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험출어의 기대에 부풀었던 북양어장의 개척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기항제한」 등 일본측의 조업방해도 그렇지만 북양의 기후·해양조건도 우리 연안어장과는 판이하다는 것. 이런 조건 밑에서 낯선 북양의 환경을 우리 선원들이 얼마쯤 극복할 수 있는지가 큰 문제였다. 북양어선단 제 2진 선원들이 말하는 북양어장의 이모저모를 좌담회를 통해 알아본다.
▲사회=오랜 항해에 무척 시달리신 것 같습니다. 북양어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많이 얻었으리라 믿는데 박 선장님부터….

<돌변하는 기후에 거센파도 무서워>
▲박치=북양의 기후가 갑자기 변화되는데 놀랐습니다. 날씨가 갰다가도 금새 10「미터」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끼곤 했어요. 또 북양의 파도는 선원들이 견딜 수 없을만큼 거세었습니다.
▲박동=지난 9월 1일 「하꼬다테」 동북쪽 3백 60「마일」 해역에서 격량을 만나 「시오가마」쪽으로 피박항해 했을 땐 정말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이기자님 며칠씩 굶고 토할때의 기분이 어떻던가요? (일동 웃음)
▲이중=정말 죽는구나 했지요.(웃음) 「로링」에 취하면 바다에 빠져 죽는편이 차라리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은 정말이었습니다. 배멀미를 하면서도 사진은 찍어야겠는데 「파인더」의 피사체가 둘도 됐다 셋도 됐다가 하지 않겠어요.
▲강종=차라리 항해중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투망때를 기다리느라고 기관을 껐을때의 「로링」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어요.
▲김윤=그런데 일본인 기술자의 말에 의하면 올해의 북양기후는 40년만에 처음 있는 순탄한 날씨라더군요. 이 정도면 북양의 해양조건이 어떻다는 게 대략 짐작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당황케한 황혼녘|수평선에 없던 섬>
▲천종=지난 9월 3일 북위 42도 동경 1백 47도 30분에서 두 번째로 투망했을때의 얘긴데 투망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려는 판인데 황혼이 깃들인 수평선상에 섬들이 보이겠지요. 해도를 봐도 섬이 없는 곳인데 별안간 괴물이 나타났으니 당황할 수 밖에요. 파도에 배가 떠밀려 소련영해로 들어왔나 하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읍니다. 그래서 선원들에게 그물을 빨리 걷도록 지시하고 지휘선인 제 11호에 무전을 쳤더니 일본인 기술자가 『그건 섬이 아니고 태양광선이 어두운 수면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라는 거에요.
▲강종=일·소 어업협정 가입국인 일본어선도 협정위반으로 소련감시선에 나포되는 판국인데 놀라지 않을 수 없지요.

<선원생활 30년에 처음보는 물기둥>
▲정상=북양의 기상변화 중에서도 놀라운 것은 「물기둥」이었어요. 맑은 하늘의 한 구석에 새까만 구름이 모여들면서 바다와 구름사이에 커다란 기둥을 세운 것 같은 집중폭우가 쏟아지는 거죠. 그런 장관은 선원생활 30년에 처음 봤습니다. 그 물기둥 속에 배가 들어갔다면 그대로 수장되는 거지요.
▲사회=그밖에 조업상의 애로점 같은 것은…

<너무나 낡은장비|무전기 고장까지>
▲우리 어선들의 장비는 일본에 비해 아주 낡았어요. 일본에서 쓰던 것이어서 그런지 양망 「롤러」같은 장비는 거의 기능이 상실된 것입니다.
▲강종=우리 배는 무전기 고장으로 하마터면 선단 대열에서 낙오될 뻔 한게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가관도 그랬지만.
▲박동=어로장비 얘기가 났으니 말이지만 앞으로 북양조업은 모선없이 안되겠더군요.

<참석자>
▲박치두 (제 11 삼양호 선장) ▲천종록 (제 12 삼양호 선장) ▲박동길 (제 15 삼양호 선장) ▲강종원 (제 12 삼양호 통신사) ▲김택곤(제 15 삼양호 통신사) ▲김윤식 (제 12 삼양호 기관장) ▲정상홍 (제 15 삼양호 기관장)
◇본사측
본사=이중식·부산=황성진·김영진 기자
◇장소 제 15 삼양호 선상
◇일시 9월 15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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