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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마트 등 실생활 연계, 원어민 강사에 영어 무료로 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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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천안외국어교육원을 찾은 학생들이 공항 모형의 부스에서 출입국 심사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이곳에선 공항 외에도 마트·병원·약국·식당 등의 공간에서 영어체험 교육이 이뤄진다.

천안시가 국제화 교육특구 사업 일환으로 운영 중인 천안외국어교육원의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어권 문화를 체험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실생활과 연계해 5일간 이뤄지는 원어민 수업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천안시와 나사렛대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수업료가 전액 무료여서 전국적으로도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실생활과 연계한 영어체험 활동 호응

22일 오전 천안외국어교육원을 찾은 천안 청당초등학교 학생들이 공항을 축소한 형태의 모형 체험장에 모였다. 세관 절차를 일일이 지켜보며 원어민과 대화하는 얼굴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지난 4일간 체험을 하며 어색했던 표정과 행동은 온데 간데 없고 모두 여유로워 보였다. “Hello. Customs card please.(안녕하세요. 세관신고서 주시겠어요.)”, “Yes, here you go.(여기 있습니다.), “Do you have anything to declare?(신고 할 것이 있나요?)”, “No, I don’t.(아니오, 없습니다.)”, “What are those?(그것들은 무엇인가요?)”, “These are my clippers.(손톱깎이입니다.)” “You can’t bring those.(그것들은 가지고 오시면 안됩니다.)” “Oh, I didn’t know that.(몰랐습니다.)” “Do you have anything else?(또 다른 것들이 있나요?)” “Absolutely not.(확실히 없습니다.)”, “Ok welcome to CFLEC.(좋습니다. CFLEC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Thank you, have a nice day.(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또 다른 코너에서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트 체험이 한창이다. “Did you find everything okay?(잘 찾으셨습니까?)”, “Yes, I did.(네, 그렇습니다.)”, “Would you like paper or plastic?(백은 종이로 할까요. 플라스틱으로 할까요?)”, “Paper.(종이로 하겠습니다.)”, “Your total comes to $10.(모두 10달러입니다.)”, “Do you have any coupons?(쿠폰이 있습니까?)” “Here is my card and coupons.(카드와 쿠폰 모두 있습니다.)”, “credit.(신용카드입니다.)”, “Thanks for shopping with CFLEC mart.(CFLEC마트에서 쇼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어교육원을 찾은 황준하(5년)군은 7살 때부터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는 아직도 원어민 교사와의 대화가 쉽지 않다. 왜 영어를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의문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원에서 5일간 진행된 원어민 교사와의 역할극을 통해 영어 대화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며칠 안돼 자연스레 영어로 말을 하는 자신이 신기했다. 책상에서 하는 수업이 아닌 체험 위주의 활동이어서 지루하지도 않고 흥미로웠다. 최유미(5년)양은 황군과 달리 평소 영어공부를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풀이와는 달리 교육원에서의 체험활동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활과 연계한 체험활동과 친구와 함께 하는 게임은 영어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갖게 만든 계기가 됐다. 최양은 “이번 체험을 통해 영어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또 이 같은 체험을 많이해 외국인 선생님과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다”며 웃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장수 인기 비결

영어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천안외국어교육원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영어교육 실현의 장이 되고 있다. 교육원은 지난 2007년부터 나사렛대학교가 천안시에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41-565-9550~1

동남구청 별관(동남구보건소)에 자리한 교육원은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추고 영어권 국가에서 접할 수 있는 생활 위주의 프로그램을 구성, 초·중학생(초등 4학년~중등 2학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나사렛대는 미국 현지에 있는 나사렛대 영어학과 미국인 교수를 통해 현지 인터뷰와 자질 평가로 검증한 대졸 원어민만을 교사로 채용하는 등 전문성도 갖췄다. 학생들은 이들 원어민 교사와 함께 각 체험코너를 다니며 공항에서의 탑승수속과 세관체험을 비롯해 은행에서 자신의 계좌를 직접 만들어 보거나 예금하는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경험 할 수 있다.

또 환자가 돼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약국에 가져가 약을 짓거나 우체국·마트·식당 등에서의 상황을 가상한 실생활을 체험한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만 진행한다. 5일간의 점심 비용 2만원만 내면 참가비와 통학비 부담 없이 전 과정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신청은 학교를 통해 접수한다. 천안시는 매년 3억5000여 만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나사렛대도 운영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입소한 학생들은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하는 동안 실용회화 습득을 위해 각 상황 체험관을 다니며 원어민과 1대 1 역할놀이로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최대 인원 3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는 상황 체험 외에도 드라마나 스토리텔링 활동을 통해 영어대본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엽서, 식사 메뉴 만들기 등 영어쓰기 실력도 키울 수 있다. 강당에서는 그룹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듣기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방학을 포함해 연중 운영하는 것은 물론 참여 학생들에게는 학교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천안교육지원청(교육장 류광선)은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2달간 220여 명을 대상으로 원어민 영어집중캠프를 개최하는 등 교육원을 활용해 영어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원이 지난해 수료생 11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만족한다’고 응답한 학생이 97.5%로 나타났다. 또 ‘영어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향상됐나’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98.4%가 ‘많이 향상됐다’고 응답하는 등 교육원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이예복 천안외국어교육원 교육실장은 “입소 첫날 다소 경직돼 어색하고 긴장감이 역력했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영어로 재잘재잘 떠들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잠재력은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며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도구는 언어 뿐만이 아니라 행동도 포함되기 때문에 말과 활동을 함께 접목할 때 영어교육 상승효과가 크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청소년 스스로 참여하는 교육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부터 22일 현재 초등 164개교, 중등 90개교 등 254개교에서 7300여 명이 교육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천안외국어교육원 현황

위치 천안시 문화동 109-2
(천안시 문화동 청사 별관 3·4층)
규모 896㎡
주관 천안시청
운영 나사렛대학교
선발 천안교육지원청
교육대상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2학년(2개반 32명)
교육과정 주5일 체험위주 교육(매주 학교별 입소, 비합숙)
주요시설(3·4층) 로비·교무실·다목적(강당)실·강의실·병원·약국·마트·공항·우체국·은행·식당 등 체험실

강태우 기자 ,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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