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난지도의 변신… 동식물 970종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됐던 서울 상암동 난지도가 환경·생태공원인 월드컵공원으로 바뀐 지 10년이 지나자 동식물이 2배 이상 늘었다. 월드컵공원에서 발견된 맹꽁이, 네발나비, 나무발발이, 산뽕나무, 난쟁이아욱, 자귀나무(왼쪽부터 시계 방향). [사진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에 사는 김정우(57)씨는 매일 아내와 함께 월드컵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하늘공원에서 노을공원까지 5㎞ 구간을 도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여름이면 시원한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가을이면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마포구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그는 “옛날에는 냄새가 너무 심해 차를 몰고 갈 때도 창문을 닫고 지나다녔다”며 “요즘 산책하다 ‘야생동물 조심’이라고 쓰인 푯말을 볼 때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포구 상암동 549번지 일대. 1978년부터 15년간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됐던 난지도다. ‘난(蘭)’과 ‘지(芝)’는 그윽한 향기가 난다는 난초와 지초를 이르는 말. 과거 철따라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 불리기도 했던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면서 먼지와 악취, 파리가 많은 삼다도로 전락했었다. 그런 난지도가 2002년 환경·생태공원인 월드컵공원으로 탈바꿈했다. 10년 만에 서식하는 동식물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월드컵공원 자연생태계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식물 486종과 동물 484종 등 총 970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공원 조성 전 실시한 2000년 조사에서 438종이 발견된 것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는 노을공원과 하늘공원의 습지를 중심으로 성체와 올챙이가 다수 발견됐다. 또 한반도 고유생물인 한국산 개구리도 공원 전역에서 확인됐다. 서울시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2006년에는 강화도와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곤충인 물장군도 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금억새·난쟁이아욱·땅빈대 등 식물 20종이 새로 발견됐다. 서아시아 쪽이 본고장인 난쟁이아욱은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귀화식물인데, 이번에 처음 관찰됐다. 서부공원녹지사업소 관계자는 “과거 다양한 쓰레기가 들어오면서 귀화식물의 종자가 같이 유입됐는데, 열악한 토양 환경에 적응력이 강한 귀화식물이 늘고 있다는 것이 월드컵공원 생태계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야생 조류는 그동안 새매·솔부엉이 등 천연기념물과 큰기러기·새호리기 등 환경부 멸종위기종 등이 출현했다. 2010년에 야생조류의 번식을 돕기 위해 인공 새집을 설치했더니 박새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거미는 처음 조사했던 2010년 54종에서 83종으로 늘었다. 고라니, 청설모 등 포유류도 10종이 조사됐다. 이춘희 서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환경·생태공원으로 바뀌면서 서서히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지만 아직 매립지 경사면은 아카시아 나무 중심의 단순한 식물군을 보이고 있다”며 생물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드컵 공원은 5개 구역으로 나뉜다. 유니세프 광장과 전시관이 있는 평화의 공원과 높이가 가장 높은 하늘공원, 저녁 노을이 장관인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등이다. 노을공원은 과거 제1매립지, 하늘공원은 제2매립지에 조성됐다.

강나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