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신이여…땡큐, 셰셰, 나마스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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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리안

“영화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함께 만든 3000여 명 모두와 (영광을) 나눠야 합니다.”

 ‘라이프 오프 파이’로 아카데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쥔 리안(59) 감독은 활짝 웃으며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촬영상·시각효과상·음악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 올 최다 수상작이 됐다. 특히 리안의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시아계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땡큐, 셰셰, 나마스테”라며 영어·중국어·힌두어로 고루 감사를 표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인도 소년 파이가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며 삶과 신앙에 대한 물음에 답을 구하는 이야기다. 리안 감독은 주인공 파이 역을 연기 경험이 전무한 인도 소년 수라즈 샤르마에게 맡기는 등 유명 배우 한 명 출연시키지 않고 오로지 강렬한 이야기와 놀라운 영상으로 거대한 감동을 안겨줬다. 특히 끝없이 펼쳐지는 태평양의 장관을 예술적인 3D 영상으로 구현, ‘3D 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대만 출신인 리안 감독은 ‘할리우드에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아시아 감독’이자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대만에서 만든 ‘결혼 피로연’(93), ‘음식남녀’(94)로 2년 연속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오른 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센스, 센서빌러티’(96)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현대 미국 가정의 문제를 파헤친 ‘아이스 스톰’(98), 우아한 무협 영화 ‘와호장룡’(2000), 수퍼히어로 영화 ‘헐크’(2003), 두 카우보이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퀴어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1940년대 중국이 배경인 농밀한 시대극 ‘색, 계’(2007) 등 다채로운 소재로 탄탄한 이야기 솜씨를 자랑해왔다. 이번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으로 그는 동서양을 한꺼번에 감동시키는 거장 감독의 면모를 다시 한번 굳건히 했다.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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