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힌 집, 세놓기가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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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S단지의 한 아파트(29평형)는 전세로 나온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빠지질 않는다. 집주인이 지난해 8월 담보로 잡고 1억3천만원(채권최고액 1억6천만원)을 빌렸는데 수요자들이 "융자가 지나치게 많다"며 기피하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 아파트 전셋값으로 1억5천만원을 원하나 매매가가 3억5천만원선인 점을 고려하면 보증금 건지기가 쉽지 않다는 불안감에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물건도 많이 나오고 수요자도 늘고 있으나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전한다. 은행융자가 많은 아파트는 오랫동안 빈 집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과도한 은행대출금이 전세 거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안 그래도 경기침체로 거래가 잘 안 되는데 최근 급격히 늘어난 융자금 때문에 계약을 성사시키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에서 더 많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O빌라는 지난해 10월 26평형 6가구로 완공됐으나 지금 4가구가 비어 있다.

분양이 안되자 건축주가 공사비를 조달하기 위해 가구별로 1억원씩 빌렸다. 전셋값 1억3천만원을 포함하면 예상 매매가를 웃돌 정도다. 전세 수요자들이 이처럼 융자가 많은 집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증금이 적은 원룸형 다가구주택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K원룸은 15가구로 이뤄져 있으나 현재 10가구가 비어 있다. 집주인이 공사비를 대기 위해 지난해 이 집을 담보로 2억5천만원을 빌렸는데 세를 들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송파구 문정동 삼성공인 박한숙 실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대출이 많은 불량 물건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전세 계약 이전에 반드시 해당 건축물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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