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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남우주연상…역사 새로 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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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링컨’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니얼 데이 루이스(오른쪽)가 지난해 ‘철의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메릴 스트리프(왼쪽)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예견된 승리였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링컨’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56)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그는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생애 세 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역대 최다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 ‘레미제라블’의 휴 잭맨, ‘플라이트’의 덴절 워싱턴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링컨, 아니 대니얼 데이 루이스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정말 받을 줄 몰랐다.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훌륭한 동반자인 아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 그리고 링컨께 감사드린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메릴 스트리프에게 “3년 전만 해도 내가 마거릿 대처 역을 하기로 되어 있었고 메릴은 링컨 역을 할 참이었다 ”며 농을 던지기도 했다. 메릴 스트리프는 대처의 생애를 다룬 ‘철의 여인’으로 지난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3회 이상 받은 배우가 없었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잭 니콜슨·더스틴 호프먼·톰 행크스 등 9명의 배우가 2번씩 수상했고, 여기에 1번의 조연상을 더한 잭 니컬슨이 남자배우로서는 아카데미의 최고 승자였다. 이 기록이 대니얼 데이 루이스 앞에서 깨졌다.

 영국 출신의 이 배우가 첫 오스카상을 받은 건 1990년 ‘나의 왼발’을 통해서였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연기하기 위해 세트장에서도 항상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그는 극 중 인물 그 자체로 완벽하게 분하는 극사실주의 연기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고 2008년 ‘데어 윌 비 블러드’의 광기 어린 석유업자 역으로 다시 한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그에게 세 번째 오스카상을 안긴 ‘링컨’은 그의 장기가 정점에 이른 작품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노예제 폐지를 담은 헌법 수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혼을 바치는 대통령으로 분했다. 오랜 고민 끝에 역할을 수락한 그는 “1년 동안 링컨처럼 말하고 행동”했다고 한다. 걸음걸이와 핼쑥한 얼굴 등 외모뿐 아니라 말투, 고뇌가 묻어나는 표정까지 완벽하게 링컨 그 자체가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대니얼이 거절했다면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한편 감독상 등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최다 부문 수상을 노린 ‘링컨’은 미술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에 그쳤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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