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난해 성장률 실제는 5.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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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경착륙 얘기가 쑥 들어갔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경제지표들이 좋아지면서다. 덕분에 상하이증시 주가지수는 최근 두 달 새 18%나 올랐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중국 담당 서방 이코노미스트들의 분석을 근거로 중국 경제의 숨은 리스크를 경고했다.

첫째는 현실적이지 못한 인플레이션 지표 탓에 성장률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8%, 4분기 성장률은 7.9%였다. 목표치(7.5%)를 넘어선 수치들이다. 하지만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브 그린의 분석은 다르다. 그가 집세와 의료비 등 생활 밀착 서비스 요금을 더 잘 반영하도록 수정한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다시 계산해보니 지난해 GDP 성장률은 5.5%에 그쳤다.

 수출 통계도 심상찮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수출이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계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루이스 퀴즈스는 중국산 물품이 거쳐 가는 홍콩의 수출입 통계를 정밀 분석해 “지난해 12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10% 정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가 성장의 새 엔진으로 키우는 내수의 지난해 12월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5.2%였다. 하지만 여기엔 정부가 구매한 금액도 적잖이 들어가 있다. 이를 빼고 소비 증가율을 다시 따져보니 9% 정도 늘어났을 뿐이라고 WSJ는 전했다. 투자는 최근 10년 동안 중국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런 투자 통계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1%나 급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굴착기 판매는 14% 줄었고, 철강재 값은 19% 떨어졌다. 실제 공장이 많이 지어졌다면 판매가 늘고 값이 뛰었어야 할 품목들이다.

 밝은 측면도 분명 있다. 중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임금은 10% 정도 올랐다.

 WSJ는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의 주장대로 중국의 성장률이 5.5%에 그쳤다면 언제든 경착륙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그래서일까. 이날 HSBC가 내놓은 중국 제조업 부문의 2월 구매자관리지수는 50.4로 나타났다. 여전히 확장 국면(50 이상)이기는 하지만 1월(52.3)보다는 크게 떨어져 제조업 경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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