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스포츠가 있어 장애도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열넷째로 창단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의 투지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는 스케이트 대신 양날이 달린 썰매를 이용한 것으로 '아이스 슬레지(썰매) 하키'라고 불린다.

지난해 12월 창단한 국내 유일팀의 이모저모를 담은 2부작 '아이스링크의 작은 거인들'이 EBS에서 31일과 내년 1월 1일(밤 8시 30분) 에 각각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스 슬레지 하키팀의 창단 무렵부터 처음으로 한.일전을 치렀던 지난 9월까지 10개월간의 힘든 여정을 담고 있다.

팀 창단의 주역은 고(故) 이성근 감독. 전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그는 사고로 척추를 다친 뒤에도 아이스하키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팀을 창단했다. 두 달만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이감독 뒤에는 든든한 후배들이 버티고 있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 아이스하키팀을 지도하는 이영국 감독, 팀의 맏형뻘로 세계 장애인올림픽 역도 4연패의 주역 정금종 선수, 17년간 휠체어 농구 선수로 뛴 김승구 선수, 다리 절단 수술 후 1년 만에 하키팀에 들어간 한민수 선수, 시드니 장애인 올림픽 역도 부문에서 2백34kg을 들어 세계 신기록을 세운 박종철 선수,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출신 용필성 선수, 좌식 배구 국가대표 출신 권익태 선수 등등.

이들은 장비 구입에서 훈련장 확보까지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오직 스포츠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로 뭉쳤다.

지난 9월 한.일전을 앞두고 이들은 벽제 납골당으로 고 이성근 감독을 찾았다. 고인의 못 다 피운 꿈을 기어코 우리가 이루겠노라며 KOREA라고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자랑스럽게 섰던 것이다.

일본과의 경기 결과는 13대 0. 실력 차이는 인정하지만 아이스 슬레지하키에 대한 일본 사회의 지원이 더 부러웠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시작'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6㎜ 카메라로 이들을 밀착 취재한 박미선(32) PD는 "관객없는 썰렁한 경기장에서 사회의 편견과 싸우며 도전하는 그들의 땀과 진실을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