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별들의 '집단 실종' 재연

중앙일보

입력

"아니, 그 선수 어디갔지?"

배구 스타들이 소리소문 없이 코트를 떠나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슈퍼리그의 개막 열기 속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별들의 '집단 실종' 현상이 재연된 것이다.

요즘 대한배구협회 인터넷 게시판에는 '코트의 슈퍼모델' 김진이(20)를 애타게 찾는 남성팬들의 문의가 자주 뜨고 있다.

180㎝의 팔등신과 블로킹 실력을 앞세워 신인상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국가대표로 월드그랜드챔피언십에 출전했던 그가 왜 갑자기 코트를 떠났게 됐는지 속시원히 알려달라는 민원이다.

김진이는 체력적 한계로 고민해오다 올들어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팀에 자주 밝혔고 결국 이런 뜻이 슈퍼리그 개막 직전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이와 미모에서 쌍벽을 이뤘던 라이트 겸 주무 양선영도 벤치 설움을 겪다 모델 및 메이크업 분야 쪽에서 일을 하겠다며 사표를 냈고 LG정유의 센터로 활약하던 '왕눈이' 이미정은 결혼과 동시에 주부로 전업했다.

또 현대건설의 라이트 최혜영과 흥국생명의 레프트 손선자도 코트에 이별을 고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신일균 감독의 독직 파문과 굿판 사건 등 올해 바람잘 날 없었던 도로공사도 앳된 외모에 호쾌한 강타로 사랑을 받던 레프트 김연예 등 몇몇 선수들이 정든 배구공을 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남자부에서도 예외없이 숱한 스타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국내 첫 장신 세터로 명성을 떨쳤던 전 국가대표 진창욱(195㎝)이 올해 V-리그후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로 간판을 바꿔달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니폼을 벗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고려증권 신화를 창조했던 센터 이병용(삼성화재) 역시 선수생활을 계속하고픈 마음이 간절했으나 "더 이상 무리하면 걷지 못할 수 있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 눈물 속에 은퇴했다.

같은 팀의 김구철은 체력 저하를 못 이겨 배구 장내 아나운서인 아내를 코트에 남겨놓고 제2의 인생을 열었다.

많은 배구인들은 프로화를 앞두고 스타들의 '조용한' 은퇴가 잇따르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이들이 앞으로 훌륭한 배구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배구협회와 팀들이 적극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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