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새해 '증시 기관차'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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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기관투자가들의 증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기관화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관화장세란 기관이 증시를 주도하며 주가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투자신탁.증권.은행.보험 등 국내 기관들은 올해 3조7백9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외국인과 달리 경기회복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지난 9월 이후에는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수익증권에서 자금이 오히려 이탈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최근에는 내년의 경기회복과 대세상승론에 동조하는 기관의 펀드 매니저들이 늘고 있다.

한화증권과 교보증권은 27일 '2002년 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내년에는 경기가 호전되면서 증시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투자전략부 박시진 팀장은 "1990년대 이후 경기 회복기에 국내 기관들의 주식보유비중은 22~27%대를 유지했다"며 "현재 기관의 주식보유비중이 10%를 밑돌아 15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진 만큼 내년에는 주식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또 국내 제조업체의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이 미국(40%대)이나 일본(30%대)보다 훨씬 낮은 10%대에 불과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 주주 중심의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배당성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기관의 장기적인 주식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의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지수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추세인 만큼 내년에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투자자산 구성)재편은 불가피하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국공채에 집중 투자해온 기관들이 주식 비중을 늘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기관들의 주식형 수익증권에도 자금이 몰려들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지난 10월 이후 순매도로 일관해온 기관들이 내년 상반기에는 순매수로 전환한 뒤 하반기쯤 경기회복이 확인될 경우 매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는 "지난 98년 증시가 대세상승으로 전환한 직후에도 기관들은 한동안 순매도로 일관하다가 99년 초부터 순매수에 나서 기관화 장세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교보증권 박 연구원은 "지난 10월 이후 일정한 수익목표를 달성하면 자동으로 채권투자로 전환하는 혼합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기관들은 순매도할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에는 경기회복 기대감에다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돼 99년과 비슷한 기관화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은 "그동안 증시 침체로 투자신탁.은행.증권.보험회사들이 총자산 대비 주식보유비중을 2~7%까지 축소시켜 놓은 점이 내년에 기관들의 증시 참여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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