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삼성화재 1위 이끌며 인생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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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2일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레오가 서브에이스를 성공한 뒤 벤치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2012~2013 프로배구 V리그 개막 직전만 해도 삼성화재 독주가 드디어 끝나는가 했다. 한국 배구 코트를 지배하던 가빈 슈미트(26)가 러시아로 떠났고, 대신 어린 외국인 선수 레오(23)가 왔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레오는 한 달 만에 삼성화재 전력의 핵이 됐다. 삼성화재는 레오를 앞세워 9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23일 KEPCO를 3-1로 꺾었다. 승점 62점(22승3패)이 된 삼성화재는 2위 현대캐피탈(15승10패·승점 45)과의 승점 차를 17로 벌려,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삼성화재 우승의 중심엔 레오가 있었다. 1990년 쿠바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때 배구를 시작했다. 15세부터 5년 동안 청소년대표팀과 성인대표팀을 오갔다. 18세가 되어서도 레오의 월급은 10달러에 불과했다. 레오는 “가족을 부양하고, 더 나은 배구 선수가 되기 위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었다”고 청소년기를 떠올렸다.

 레오는 2009년 푸에르토리코로 망명, 국제배구연맹(FIVB)으로부터 2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쉬는 동안 푸에르토리코의 한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족쇄가 풀리자마자 2011년 푸에르토리코 프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러시아리그 파켈이 그를 영입하려 했지만 중간에 틀어졌다. 결국 가빈의 대체선수를 찾던 삼성화재와 계약했다. 2m6㎝의 큰 키와 탁월한 점프력, 무엇보다 성실함을 갖춘 레오를 삼성화재는 독하게 훈련시켰다. 레오는 “한국의 추운 날씨만큼이나 삼성화재의 강훈련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적응이 끝나자 레오는 삼성화재에 최적화된 선수로 거듭났다. 레오는 24일 현재 득점(810점), 공격성공률(59.11%) 1위다. 삼성화재의 탄탄한 수비력과 조직력이 그를 최고의 공격수로 만들었다.

 신치용(58) 삼성화재 감독은 책임감을 레오의 강점으로 꼽았다. 푸에르토리코에서 만난 아내 스테파니와 두 아들을 끔찍이 아끼기에 한눈팔지 않고 배구에만 전념할 것으로 믿었다. 레오는 “ 가족들을 보며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용인 훈련장 근처에 레오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줬다.

 지난달 25일 레오는 삼성화재의 초청으로 어머니와 상봉했다. 2009년 쿠바를 떠난 뒤 처음으로 모자가 만났다. 레오는 “어머니는 어려운 시절에도 ‘미래를 생각하고, 오늘을 견뎌라’고 가르치셨다 ”며 더 열심히 뛰었다.

 신 감독은 지난달 레오에게 “너, 내 양아들 할래”라고 묻기도 했다. 레오에겐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신뢰와 사랑이다. 레오는 “삼성화재로부터 가족애를 느낀다. 또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꼭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레오는 …

● 생년월일 1990년 3월 23일

● 신체조건 2m6㎝·91㎏

● 포지션 레프트

● 은퇴 후 목표 레오 배구센터 운영

● 주요 경력

- 쿠바 청소년대표·국가대표
- 2011년 푸에르토리코 리그 MVP
- 2012~13시즌 V리그 1·5라운드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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