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폭행한 학생 강제로 전학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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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월부터 서울 초·중·고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하면 다른 학교로 강제 전학시킬 수 있게 된다. 이전까지는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오히려 피해 교사가 휴직을 하거나 전근을 가는 경우가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생 생활교육 매뉴얼’을 새 학기부터 적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학교는 학생의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해 4단계에 걸쳐 대응하도록 했다. 1단계로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은 교실에서 격리한다. 2단계에선 해당 학생을 교내 성찰교실이나 면담을 통해 지도한다. 3단계로 학교 선도위원회를 열어 사회봉사 등을 하도록 한다. 4단계로 교권 침해 행위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학교는 학부모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초등학생은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심각한 교권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이 전학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전·편입학 규정을 바꿨다. 다만 어떤 행동이 교권 침해인지는 각 학교가 사안에 따라 판단하도록 했다. 또 학교마다 교사 한 명을 ‘교권보호책임관’으로 지정하고 교실에 긴급호출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번 조치는 교권 확립을 강조한 문용린 교육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시교육청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는 2011년 1학기 718건에서 지난해 1학기 1048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새 매뉴얼이 지나치게 처벌 위주라는 비판도 있다. 임종화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가해 학생 전학은 문제 학생을 다른 학교로 내보내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며 “심리 치료 등의 교육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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