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박근혜 시대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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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그동안 복지·경제민주화 등 여러 화두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을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새로운 시대적 과업으로 봤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현하기는 지난하다. 새 정부가 처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출범 직전 불거진 안보 불안이 최대 현안이다. 박 대통령은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며 노골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상대해야 한다. 그것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의 틀 속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내야 하니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당사자 의식을 바탕으로 대응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국제공조의 망을 촘촘히 짜는 게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의 첫 번째 과제다. 이를 위해 중국과 일본에 들어선 새 리더십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해졌다.

 먹고사는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절실한 법이다. 우리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했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경제의 활력은 부쩍 떨어졌다. 대기업이 잘 나가도 경제 전체에 온기가 돌지 않는다. 양극화 탓에 중산층은 점점 엷어지고 있다. 밖에서는 선진국들의 불황과 일본의 엔저가 우리에게 내상(內傷)을 안겨주고 있다. 자칫 저성장의 덫에 빠져 장기간 허우적거릴 판이다. 이런 상태에선 일회성 경기부양은 별 의미가 없다. 10년, 20년 뒤 무엇을 먹고살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차근차근 높이는 것이야말로 제2의 ‘잘 살아보세’를 실현시키는 길이다.

 성장과 함께 복지 수요를 감당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양극화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 욕구가 커지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복지 수요와 지출의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내 국민에게 설득하고 합의를 얻어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미 새 정부는 인사·조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개문발차(開門發車)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박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귀착된다.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난 이상 방향전환을 모색할 때가 됐다.

 공약실현을 위해 정책을 수행할 때도 리더십은 중요하다. 대통령의 결정은 큰 상징성을 지니는 동시에 수많은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따라서 구상 단계에선 그럴 듯해 보여도 일단 실행하려면 이해관계 탓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투명한 소통과 진지한 설득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게 리더십이다.

 우리가 눈부신 산업화를 일궈낼 수 있었던 동력은 국가주도의 성장정책을 핵심으로 한 ‘박정희 모델’에 있었다. 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튼튼한 안보의 우산 속에서 국민이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는 성장형 복지국가가 새로운 지향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에서 화려하게 탈각하는 길이다. 앞으로 5년간의 ‘박근혜 시대’에선 온 국민이 안심하고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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