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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정이 왜 유효한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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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8월26일자 중앙일보에실린 이건호박사의 소론을 읽고 적이 놀랐다. 내가 지난7월 정부에대하여 대전협정의 유력에관해서 질문서를 낼 때 그협정의 무효를 주장하기는 하였지만 이박사가 주장하듯 『대전협정이 체결된후 15년이상이나 경과된 오늘날 새삼스럽게 무효운운』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10년전 정부가 협정을 공표하기이전에 구제법학회논제에 「우호국가에 주시하는 외국군이네 대한 형사재판권」이라는 졸문을 발표한때부터의 나의 지론이다. 그런데 저명한 형법학자요 내가평소 무척 존경하는 이교수가 이제 그협정이 위헌도 무효도 아니라고 하는데는 나로서는 실망하지 않을수없다.
이교수는 대전협정이 유효하고 합헌적이라고 주장함에 있어서 그 체결절차가 구헌법 제42조에 위배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다시말해서 구헌법은 대전협정과같은 외국군대의 지위에관한 조약에대한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구하지않고 있으므로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해서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구헌법 제42조는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구한 조약의 종류 일곱까지를 열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조항에 열거된 이외의 경우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요청할 필요도 없으려니와 그조문을 부당하게 확대해석할수도 없는 것이라는점에 나도 이교수와 뜻을 같이한다.
분명히 구헌법은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구화조약, 통상조약, 국가 또는 국민에게 재정적빈곤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서만 국회의 지준동의를 요구하고 있지 외국군대의 지위에관한 조약이란 문구는 찾아볼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현행헌법에는 이교수가 말하듯 「외국군대의 지위에관한 조약」도 열거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해서 이교수주장대로 『구헌법이 외국군대의 지위에관한 조약을 국회의 동의를 요하지 않게 현정되어있기 때문에 신헌법이 이것을 시정』한 것일까.
나는 이교수가 대전협정의 내용을 잘모르고 하는 말씀이 아닌가 의심한다. 아마도 그는 지위협정을 세상사람들이 행정협정이 라고하므로 행정부의 권한으로써 할 수 있는 협정이라고 착각한 것이 아닐까. 대전협정은 아직도 공헌적으로 정부가 발표한적이 없기 때문에 그내용을 아는분이 드물지도 모른다. 그래 한가지만 예를들어 행정부에의한 협정체결만으로써 유효한 협정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보겠다.
대전협정에 의하면 미군당국은 주한미국군대 또는 그의 구성원의 안전에대한 범죄를 행한 혐의가있는 대한민국국민을 체포할수있게 하고 있다.
이조항은 분명히 소헌법이 말하는 입법사항이라는 것은 법의 초보를 아는 사람은 다아는 일이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헌법사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조항은 분명히 구헌법이 말하는 입법사항이라는 것은 법의 초보를 아는 사람은 다아는 일이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헌법사항이라고도 할수있다. 그럼에도 대전협정이, 소헌법이 「외국군대의 지위에관한 조약」을 제42조에 열거하지 않았다해서 국회의 비준동의가 없어도 합헌적이란 말인가.
대전협정은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치지않았다는 점에서만 위헌인 것은 아니다.
앞에말한 조항 그 자체도 위헌이지만 동협정은 또한 일정한 경우에는 심지어 대한민국국민을 재판할 수 있는 권한까지 미국군법회의에 부여하고 있다.
어찌하여 헌법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헌법적권리를 조약에의해서 박대할수 있는가.
헌법을 위배한 조약이 무효라는 것은 국제법상하나의 통설이다. 「로타팩트」나 「니폴드」「하이드」「맥네아」등 고명한 학자들이 주장하는 바로 그러하다. 우리나라 구제법학자도 이점에있어 의심하는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듣지못했다.
하기야 이교수는 정이 합헌적이라고 주장하는 까닭으로 무효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교수는 또한 주장하기를 『15년간이나 경과된 오늘날 새삼스럽게 무효화한다는 것은 법적안정성을 무시한 유해한 조치』요 『법적질서를 교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러나 법적안정성이나 법적질서는 어디까지나 합헌합법적인 것을 전제요건으로한다.
불법을 그대로 지속시킬 때 그것은 「불법적안정성」이요 「불법적질서」라고나할까. 만약 이교수의 주장대로 한다면 을사보호조약이나 한·일합병조약을 한·일기본조약에 의해서 무효화한 조치는 일본제국주의하의 36년간이나 지속된 법적질서를 교란하는것이며 법적안정성을 무시하는 유해한 조치라고 할것인가. 무효인 것도 시간만 경과하면 유효한 것으로 변하는 것인가. 무효를 무효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지. 그것을 유효라고 억지로 갖다붙이는 것은 법의 권위를 모독하는 것은 아닐까.
또 이교수는 대전협정은 국내적으로는 무효이나 국제적으로는 유효하다는 일부주장에 대해서 반대하기를 『이것 또한 조약의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것이라는 비판을 면할수없다. 조약과 일반적으로 인정된 국제법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것은 우리 헌법이 명백히 규정하고 있는바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설사 위헌조약이 국제적으로 유효하다 하더라도 바로 이박사가 지적한 그헌법조항에 의하여 그러한 조약은 위헌적인 국내법이 무효인것과 마찬 가지로 국내적으로 무효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교수는 새로운 미군지위협정이 조인된 오늘날 무슨 옛말을 끄집어내느냐고 꾸짖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협정이, 무효인 대전 협정을 무효한 것으로 추인하고 있으니 그대로 모르는체 넘겨버릴수는 없지않은가. 마치 한·일기본조약이 36년간의 이론통치를 무효화한것과 같이 역사적인 이번협정이 멋지게 창피스런 대전협정을 무효화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일이다. <필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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