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급증하는 아동서 시장

중앙일보

입력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올해 출판계 결산 자료를 훑어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국내 최대의 오프.온라인 서점인 두 곳 모두 매출실적이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분야는 다름아닌 유아.아동서였다.

교보문고의 경우 올해 아동분야 매출액은 11.2%가 증가했다. 20%안팎씩 줄어든 컴퓨터 및 경제.경영분야와는 대조적이다.

예스24도 11월말까지의 집계 결과 유아.어린이책의 매출 점유율은 지난해 9.91%(3위) 에서 13.87%(2위) 로 뛰었다. 매출액은 더욱 크게 늘어 연말까지 지난해(13억원) 의 4배가 넘는 55억원을 넘을 전망이란다. 최근 아동물 출판시장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통계들이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우려스런 부분이 적지 않다. 예스24의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50위권에는 아동책이 21권이나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해리 포터』시리즈를 빼면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등 외국 그림책이 6종이고, 나머지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시리즈다. 즉 대부분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번역물이나 만화책에 수요가 몰려있다는 얘기다.

이는 공급 자체의 불균형 탓이기도 하다. 국내 창작물을 만들자니 실력을 검증받은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도 적고 제작과정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쉽고 안전한 해외 그림동화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이탈리아 볼로냐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선 그림책을 '싹쓸이'하는 한국 출판인들이 화제에 오른다.

특히 외국의 유명 아동문학상 수상작들이라면 무조건 수입, 요즘엔 질이 떨어지는 작품들까지 비싼 값에 들여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수요자들의 눈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을 골라주다가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입, 전문화된 그림책 사이트를 운영하는 젊은 엄마들도 상당히 많다. 이들은 또 우리 아이들 정서를 반영한 창작동화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젠 공급자들도 이런 변화를 읽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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