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판화읽기] 겨울, 가지에 달린 홍시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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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다 가버렸습니다. 하늘 높이 새 한 마리 날아갔을 뿐인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날, 회한으로 가득찬 그릇을 비워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절망과 아픔으로 채워진 세월의 상처는 이다지도 아물기 힘든 것일까요?

기쁨과 환희의 시간들은 목덜미 꽉 붙들고 놓아 주기가 싫은지요?

겨울새 위해 홍시 하나 남기는 그런 마음으로 희망을 붙들고 사는게 삶이 아닐런지요.

이 겨울 끝, 어김없이 봄은 또 올테지요.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면 또 봄을 그리워하겠지요.

그릇 깨끗이 비워야 다시 차곡차곡 가득 채울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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