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복병에 수출업체들 위기감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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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3년 2개월만에 달러당 130엔대로 하락하면서 우리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압박, 일부 업체들은 수출 목표 재조정을 검토하는등 국내 산업계에 엔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매매기준율 시초가 기준으로 100엔당 1천원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말 100엔당 1101.52원에서 9.1%나 떨어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조사역은 "원.달러 환율은 움직이지 않고 엔화가 10% 평가 절하될 때 우리의 수출은 27억달러가 감소하는 반면 수입은 8억달러 정도 줄어들어 19억달러가량의 무역수지 감소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제품의 달러화 표시 수출단가 하락과 엔화 표시 수입단가 상승으로 각각 이어져 우리 제품의 대일 수출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또 급격한 엔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폭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환리스크 등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을 높이는데다가 특히 해운업체 등 외화부채가 많은 업체들은 당장 환차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는 이날 달러당 1천308원에서 매매되기 시작해 오전 장중 1천320원으로 급등, 급격한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 약세의 영향이 큰 자동차, 가전, 철강 등 업체는 엔화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일제히 수출감소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내년도 수출목표 등에 대한 재조정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국산 자동차가 아직까지 해외시장에서 품질보다는 가격경쟁력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차가 상대적으로 싸지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원엔 환율은 10대 1선 이상이 유지되야 한다"며 "정부는 통화에 대한 예고 지표를 발표하고 기업들은 비용절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파업 여파에다가 엔화약세현상까지 겹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연간 수출 100만대 달성'이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있다.

철강업계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포항제철 등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직접적으로는 대일본 및 동남아 수출가격이 하락, 수출이 감소하거나 채산성이 악화되고 간접적으로는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주요 수요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로컬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철, INI스틸 등은 내년도 수출 목표를 하향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전자업계도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LCD(액정화면표시장치)와 디지털미디어를 포함한 가전제품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의 경우 일본과의 가격경쟁이 치열한 만큼 엔화약세가 계속될 경우 수출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원가절감 등에 지속적으로 나설 방침이며 LG전자 역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세계 조선시장에서 일본과 수위를 다투는 조선업체들도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선박들의 가격경쟁력이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국내 선박의 가격경쟁력이 일본보다 10% 이상 앞선 것으로 평가돼 왔으나 엔화약세현상이 지속된다면 우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데다 특히 내년도 선박 수주물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수주경쟁에서의 고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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