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대보름 … 소통의 귀밝이술 한 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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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24일)은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부럼을 깨는 풍속은 지금까지 전해진다. 호두·밤·땅콩 등 부럼을 깨물며 1년 열두 달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견과류인 부럼엔 피부 노화를 억제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비타민C와 E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부럼을 단번에 깨물면 그 소리에 놀라 잡귀가 달아나고 치아가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 치과의사들은 ‘딱’ 하고 깨물다 ‘뚝’ 하고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대보름날엔 아침부터 술잔을 기울였다. 조선 후기 학자인 홍석모의 『동국세시기』엔 “청주 한 잔을 데우지 않고 마시면 귀가 밝아진다”고 쓰여 있다. 대보름 절주(節酒)를 귀밝이술 또는 이명주(耳明酒)라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알코올이 청력 손상과 귓병 예방을 돕는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신 것은 정신 바짝 차려 농사를 잘 짓자는 다짐이자 기원이었을 것이다.

 대보름 바로 다음 날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날이다. 국민과 잘 소통하라는 뜻에서 귀밝이술을 권하고 싶다.

이번 주말엔 전국이 비교적 맑고 포근하겠다. 일요일엔 구름 사이로 보름달을 감상할 수 있겠다. 대통령 취임일인 25일 아침 서울에 눈이나 비가 조금 내리겠지만 낮에는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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