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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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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동 학대에 대한 예방과 관리에 ‘비상한 관심과 대책’을 실행해야 할 때다. 아동 학대는 최근 드러난 사건들만 보아도 사람이 저지른 짓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한 초등학생이 아버지와 계모에게서 몽둥이와 효자손 등으로 얻어맞고 잠자다 숨졌고, 만 0세의 영유아들이 운다고 머리를 때리고 감금하는 등 학대한 어린이집 원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아이에게 한 달 동안 소금밥을 먹여 죽음으로 내몬 계모가 있는가 하면, 삼남매가 반지하 방에 방치돼 영양실조에 걸린 앙상한 모습으로 발견됐고, 거제에선 40일 된 영아가 방치된 채 발견되기도 했다.

 아동 학대의 심각성은 80% 이상이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사전 예방과 발견이 쉽지 않고, 발각되어도 아이가 잘못해 훈육한 것이라고 우기기 때문에 처벌도 미약하다. 또 학대 부모라도 친권 제한이 어려워 피해 어린이 10명 중 7명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이 중 10% 이상이 다시 학대를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최근 아동 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서울시는 아동학대예방센터를 개원했고, 지난해엔 아동 학대 보호자 처벌과 아동 학대 신고의무자의 신고의무를 강화한 아동학대특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가족 해체가 급속히 이루어지는 작금에 이 정도론 아동 학대를 막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예방대책으로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부모교육과 이혼 가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하고, 이웃의 적극적 감시와 신고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학대를 자행한 보호자에 대한 처벌 강화뿐 아니라 친권제한 조치도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아동 보호·격리 및 치료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당국은 행정적 지원과 법적 제도 구축에 지체하지 말고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집안에서 자행되는 학대는 공적 장치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시민들의 아동 학대에 대한 높은 경각심과 이웃의 학대를 방관하지 않고 신고하는 등의 범사회적 관심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