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 인기 치어리더 박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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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치어리더는 누구일까.

치어리더 세계에서 인기를 판가름하는 척도는 인터넷 카페(http://www.daum.net)의 회원 숫자다.

대구가 연고지인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 치어리더 박채경(22.영남대 정치행정학3)씨는 그들 중 으뜸으로 꼽힌다. 3천8백15명의 회원을 둔 지역 스타다. 키가 1m72㎝인 그녀의 인터넷 카페엔 '힘내세요' '채경에게 사랑을…' 등 격려의 메시지들이 수없이 떠 있다.

"경기가 끝나고도 30분 정도는 팬들과 사진찍고 사인도 해줘야 해요."
▶ 갤러리• 박채경씨 포토갤러리
회원 대부분이 중.고교생이기 때문에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귀가가 늦어진다. 때로는 양손 가득 꽃다발을 껴안고 집으로 간다.

"마치 연예인이 된 느낌이에요. 그냥 경기장에서 응원 분위기만 살린다는 것보다 내가 공연한다는 느낌이 더 커요."

1주일에 한두번 있는 홈 경기를 위해 연습하는 시간은 하루 5~6시간에 이른다. 그래도 재미있다고 한다.

"우리 팀이 너무 잘하잖아요. 지난해엔 경기 때마다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나도 모르게 신명이 나요."

전공이 치어리더와는 거리가 있다. 왜 이 길에 발을 들여놨을까.

"우연이었어요. 1999년 대학 입학 한달 전 길을 가다 그냥 이벤트사의 권유를 받은 거죠. 평소 스포츠를 좋아했거든요."

박씨의 3년 전 치어리더 입문은 집안 몰래 이뤄졌다.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허락받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특히 무남독녀 외동딸이기에 더했다. 하루 5시간이 넘는 훈련과 마음고생 속에서 두달을 보낸 끝에 응원을 시작했다. 그해 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홈 개막전이었다. 그날로 모든 것이 들통나고 말았다. TV에 자신의 모습이 클로즈업됐던 것이다.

"왜 하필이면 남들 앞에 서는 그런 일이냐"는 꾸중도 있었지만, 평소 보수적이라 생각했던 아버지는 조용히 물으셨다. "그렇게 좋으냐□"

그러고선 모든 게 달라졌다.

가끔 어머니가 싸오시는 도시락도 먹을 수 있고 밤 늦으면 아버지가 몰고 나온 승용차 뒷좌석에 탈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생활, 여름에는 삼성 라이온즈, 겨울엔 오리온스를 위해 땀을 흘린 지 어느덧 3년이 다 돼간다. 팀에선 둘째 언니가 돼버렸고 내년엔 대학 4학년이다. 장래 생각을 해야 할 시기다. 주위에선 공부를 더 할 것을 권한다. 특히 3년 동안 그의 생활 태도와 '끼'를 지켜본 소속 이벤트사 조정환(39.놀래밴트)대표는 마케팅이나 이벤트 관련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고 있다.

"채경이 같이 직업의식이 있고 현장에서 뛰어본 사람들이 직접 이런 이벤트 사업을 운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씨 역시 지난 선택이 아쉽다.

"치어리더가 될 줄 알았으면 관련 학과를 갈 건데 그랬어요."

아직도 계획을 정한 건 아니어서 고민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중요한 건 팀의 승리를 이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잠시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하고 박씨는 코트로 뛰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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