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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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주 불국사 뜰의 3층석탑이 상했다. 동대 황준영교수의 조사결과로 국보85호인 탑파가 사리장치를 노린 도적떼에 의해서 돌조각이 떨어져 나가고 탑신은 이리저러 뒤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삼국을 일통한 신라선인의 우람한 신심을 떠받쳐 우뚝 천심에 솟은지 1천2백여년. 임신왜란에 화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인위로 탑신이 훼손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탑은 석가탑이라고도 일컬어 진다. 대웅전, 하늘을 날둣 깃을 편 부연을 가로질러 동으로 아기자기 여성적인 다보탑이 서고, 서로는 웅건간정한 남성의 모습으로 석가탑이 섰으니 그 가람과 당탑과 자연이 이루는 혼연한 조화의 묘는 이를데 없으며, 한 나라의 문화재로서도 무가의 대보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가 지닌바 참뜻은 석가여래 상주세법의 상을 나타낸 불가신앙의 상징인 것이거늘, 도장을 지키는 스님의 향심이 어디에 있기로, 일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한심타 말고 언어도단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그뿐인가. 이밖에도 무수한 중요문화재가 흩어져 있는 지역의 치안을 맡은 현지 경찰이나 문화재관리 관계자들의 전위무책은 무슨 일이며, 제고장의 자랑거리도 제대로 간수 못하는 지역사회는 어떻게 된 일인가.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문화재보호법 운영의 유명무실과 도굴을 일삼는 도적Ep들의 날뛰는 것을 충동질하는 일부 골동상인과 수장가들의 몰지각도 탓하지 않을수없다.
일찌기 석가탑에는 그 남성적인 모습과는 달리 한 슬픈얘기가 얽혔으니, 탑의 조성을 맡은 석공의 아내 아사녀가 완성의 날 영지에 비치기로 된 그날을 기다리다 지쳐 못에 몸을 던졌으니 무영탑이라고도 한다했다. 애틋한 설화는 석가탑 오늘의 사연 있기를 말하려 했던것인가. 석가탑과 나라의 체면이 함께 상한것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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