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미우’ 만드는 이탈리아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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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는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가 어린 시절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친구 이름이다. 이름처럼 경쾌하고 자유로운 감각을 표현하고 있지만, 고객층은 20∼50대를 아우를 정도로 두텁다. 순진하고 발랄한 소녀의 모습과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어서다.

1993년 브랜드 출범 이래 20년 동안 미우미우는 전 세계 27개국 총 102개 매장으로 그 세를 확장했다. 세계 패션업계에선 이러한 미우미우의 성공 배경으로 독특한 분업 공정을 꼽는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테라누오바 시(市) 미우미우 공장을 찾아 장인 정신을 구현하는 분업 공정 현장을 지켜봤다.

모든 원자재 일일이 검사

이탈리아 테라누오바에 있는 미우미우 공장에서 신발을 만드는 과정. 25단계 분업 공정에 따라 만든다. 1 발 크기별 구두 골에 신발 본(패턴)을 그려 넣는 모습. 2 신발 본에 따라 송아지 가죽을 자르고 있다. 3 신발 발등 부분에 크리스털을 달아 장식하고 있다. 4 신발에 밑창을 붙인 뒤 마감 처리하는 과정. [사진 미우미우]
완성된 샌들. [사진 미우미우]

미우미우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프라다 그룹 프란체스코 롱가네지 카타니 이사는 “하나의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재를 선정하고 제작하는 과정”이라면서 “이 단계에 많은 시간과 인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의류와 가방·신발 등 미우미우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는 크게 가죽과 천으로 나뉜다. 가죽의 경우, 가죽을 가공하는 모든 공정에서 감독관의 승인이 나야만 다음 단계 공정으로 넘어가도록 돼 있다. 화학제품을 사용한 인공적인 가공법 대신 창업주 마리오 프라다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무두질로 가죽을 가공한다. 또 천은 매년 800만㎏ 이상 사용하는데, 공장에 들어온 모든 천은 사람이 직접 일일이 펼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환한 조명 아래 원단 두루마리를 한 단 한 단 풀어가며 짜임과 염색 등의 ‘흠’을 잡아내는 작업이 미우미우 공장의 첫 공정이었다.

미우미우의 ‘마테라세’ 핸드백을 들고 있는 영화배우 에바 멘데스.

구두 하나에 가죽 최대 400조각

미우미우는 장인정신을 앞세우지만 생산 방식은 전통적인 장인의 작업 과정과는 다르다. 장인 개개인의 솜씨에 의존하는 소규모 공방 시스템이 아니다. 제작 과정을 잘게 쪼개 여러 단계의 분업 공정을 만들어냈다. 각 단계마다 최대한 숙련된 기술자들을 활용,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시도다. 신발 제조 과정만 해도 700여 명의 직원들이 25단계 분업 과정에 배치돼 자르기·붙이기·다듬기 등으로 세분화된 공정을 맡고 있었다. 한쪽 신발을 만드는 데 25조각 정도의 가죽·원단이 사용되며, 디자인이 복잡한 신발의 경우 400조각까지 들어갈 때도 있다. 가죽을 자를 때는 최대한 불량을 없애기 위해 기계로 재단하지만 악어가죽·뱀가죽 등 고가의 가죽은 전문 기술자가 직접 손으로 자른다.

또 미우미우의 스테디셀러인 ‘마테라쎄’ 핸드백의 경우, 스페인산 새끼양 가죽 85조각으로 만들며 가죽 자르는 시간에만 5~6시간이 걸릴 정도로 생산 과정이 정교하게 진행됐다.

테라누오바(이탈리아)=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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