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용문사는 왕실 사랑 받은 영험한 기도도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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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에 가득 찬 털신이 정겹다.

1100년 된 신엄(神嚴)한 은행나무가 버티고 있는 용문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5교구 본사인 경기도 남양주시 봉선사(奉先寺)의 말사다. 신라 신덕왕 2년(913) 대경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유난히 조선시대 왕들과 인연이 많다. 태조부터 성종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에만 절을 네 번 중창했다. 조선 초기에는 300명이 넘는 승려들이 모일 만큼 번성했다고 한다.

용문사는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왕실의 사랑을 받았다. 호산 스님은 “용문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은 이곳과 경북 예천, 경남 남해에 세 개가 있는데, 위치상으로 양평 용문사가 가장 위에 있어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며 “또 용문산은 예전에 미지산(彌智山)으로 불렸는데, 이는 미륵의 지혜라는 뜻이다. 해서 왕이나 관직을 원하는 사람들이 용문사에 들러 기도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입신양명을 원하는 이들이 기를 받고 간다고 한다.

용문사는 조선 말기 때부터 고난을 겪었다. 1907년 일본군이 불태웠고, 한국전쟁 때는 용문산에서 중공군 2개 사단 병력이 전사했을 정도로 큰 전투가 터지면서 절이 피해를 입었다. 후에 대웅전, 칠성각, 관음전 등을 다시 지어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절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종무소로 70년 정도 됐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30호이다. 마치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하나로 합쳐진 것처럼 웅장한 모습을 한 은행나무는 높이가 42m, 줄기의 가장 굵은 둘레가 14m에 달한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은 것이 나무가 됐다는 설과 신라 마지막 왕(경순왕)의 아들이었던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나뉘어 있다. 휴식형은 주중에 진행된다. 주말에는 체험형 템플스테이만 열리는데 주력으로 하는 것은 심성수련이다. 저녁 예불을 마친 후 스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는데, 일대일 면담이 아니라 템플스테이 참가자 전원이 모여 대화를 한다. 한 명씩 돌아가며 고민을 얘기하면 스님은 물론 다른 참가자들도 해결책을 함께 이야기하는 조언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이 좋아 템플스테이에 주기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에 열린 은행을 엮어 핸드폰 고리를 만드는 프로그램도 용문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1박2일 어른 5만원, 학생 4만원. yongmunsa.org 031-773-3797.

홍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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