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골프 7세대 시승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폴크스바겐 골프는 7세대 신형으로 진화하면서 한층 세련되고 부드러워졌다. 골프의 특징을 유지하되 한급 위로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사진 김위수 스튜디오 폴릭 실장]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에서 폴크스바겐 신형 골프를 시승했다. 전통적으로 골프는 홀수 세대에 혁신을 시도한다. 그리고 짝수 세대에 치밀하게 다듬는다. 골프는 이렇게 ‘홀짝 냉·온탕’을 넘나들며 29년간 진화해 왔다. 이번 골프는 7세대째다. 외모는 친근하면서도 낯설다. 골프의 DNA를 유지하되 신선하게 조합한 결과다. 실내는 한층 넓고 고급스럽다.

신형 골프의 핵심은 세 가지 숫자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는 100. 차체 무게를 100㎏ 덜어냈다는 뜻이다. 엔진 40㎏, 차체 23㎏, 앞뒤 좌석 각각 7㎏, 에어컨 2.7㎏, 대시보드 0.4㎏ 등 각 부위에서 악착같이 군살을 쥐어짠 결과다. 두 번째 숫자는 23이다. ‘먹성(연비)’을 최대 23%까지 옥좼다는 의미다. 세 번째 숫자는 새 첨단 장비의 개수를 상징하는 10이다.

덩치는 이전보다 키웠다. 폴크스바겐의 차세대 앞바퀴 굴림 차 플랫폼인 MQB를 쓴 결과다.

인체공학적인 면도 개선했다. 가령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간격은 16㎜ 더 띄웠고, 기어 레버는 20㎜ 높였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추돌 위험이 있을 때 스스로 차를 세우는 전방추돌방지 시스템 등 골프 최초의 장비도 여럿 장착했다.

이전 골프는 단단한 느낌을 은근히 과시하던 차였다. 반면 이번엔 보다 세련되고 매끈해졌다. 고장력 강판 비율을 80%까지 높여 차체를 다진 결과다. 그만큼 서스펜션 부담이 줄었고, 몸놀림엔 여유가 깃들었다. 그래서 한 급 위의 차를 탄다는 확신을 준다. 이렇게 많은 변화를 담았지만, 유럽에서 기본 가격은 이전과 같다. 소형차의 교과서다운 진화였다.

사르데냐(이탈리아)=김기범 중앙SUNDAY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