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슈퍼리그] '더 세진' 김세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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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도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2일 2002 현대카드 배구슈퍼.세미프로리그 개막전에서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3-1 낙승을 거둔 것도 기뻤지만 '월드 스타' 김세진(27.삼성화재.사진)이 모처럼 게임 메이커 역할을 해낸 것이 더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김선수는 올시즌 V-코리아리그와 실업배구제전에서 부진, "한물 갔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체력과 기술이 하향세를 보였기보다는 "국내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며 나태한 탓이었다. 보다 못한 신감독은 "선수 생활을 끝내라"며 김선수를 호되게 꾸짖었고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후배 장병철에게 대표팀 주전 라이트 자리를 맡겼다.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지만 김선수는 다시 이를 악물고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몸무게가 2㎏ 줄면서 점프가 가벼워졌고 타점도 높아졌다.

무릎 부상으로 초반 결장하는 레프트 주포 신진식의 공백도 메워야 하는 책임을 지고 나선 김선수는 이날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역시 김세진"이라는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캐피탈 송만덕 감독이 경기 직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블로커의 손보다 한뼘 위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물론 상대 코트 구석을 찌르는 대각선 공격도 일품이었다. 강력한 스카이 서브도 달라진 점이었다.

상대 수비진의 혼을 쏙 빼며 서비에이스만 세개를 기록했고,총 25득점의 가공할 공격력을 발휘했다. 이밖에 실업 초년병 시절 이후 오랜만에 몸을 날려 공을 건져올리는 허슬 플레이로 팀의 사기를 한껏 북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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