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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김세진의 `이유있는' 부활

중앙일보

입력

"환경이 바뀌면 내겐 자극이 됩니다." 김세진(27.삼성화재)이 스스로 밝힌 `월드스타' 복귀의 비결이다.

1년 후배 신진식이 뛰지 못하고 현대캐피탈도 사령탑 교체로 바뀐 게 화려한 부활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세진은 22일 개막한 2002현대카드 배구슈퍼ㆍ세미프로리그를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훈련에 땀을 쏟았다고 했다.

대회 보름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을 해 짧은 기간에 체중을 2㎏이상이나 뺐다.

몸이 가벼워지다 보니 겨울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인 무릎 통증에서 해방됐고 어느새 왕년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점프 서브도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김세진의 변신에는 신치용 감독의 `채찍'이 결정적이었다.

올봄 V-코리아리그 이후 김세진의 뚜렷한 하향세에 속이 잔뜩 상해있던 신 감독은 지난달 김세진을 아내와 함께 불러 "이제 배구 그만둘거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알려졌다.

지난 9월 아시아선수권 때 장병철(24)에게 주전 라이트 자리를 뺏겨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터에 신 감독의 질책은 김세진에게 커다란 자극이 됐다.

사실 김세진의 기량 저하는 그를 둘러싼 환경 탓이 크다.

올초까지만 해도 김세진은 "국내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어 배구할 맛이 안난다"며 자신의 노쇠화를 매너리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까마득한 후배 장병철의 급성장 속에서 주포 신진식의 부상 결장과 감독의 `최후통첩'은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여느 또래 선수들처럼 `왕년의 거포'로 머물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 훈련에 매진했고 그간 체육관에서 쏟은 땀은 실전에서의 달콤한 결실로 이어졌다.

현대와의 개막전에서 팀 공격의 35%를 떠맡으며 22공격득점에 3서브에이스 등 25점을 뽑아 신진식의 빈 자리를 거뜬히 메웠다.

벌써부터 코트 안팎에선 "신진식 없이 김세진 하나 갖고도 우승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세진은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다 돼 몸이 예전같지 않다"면서 "하지만 코트를 떠날 때 `영원한 김세진'으로 있겠다는 다짐만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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