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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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회의는 전진하지 않는다. 오직 춤출뿐이다.』이것은「나폴레옹」실각후에 1년동안이나 끌면서도 아무 실속도 결론도 얻지 못한「빈회의」를 비꼰 「리뉴」후작의 명언이다. 명색은「나폴레옹」에의해 황폐해진「유럽」을 새롭게 창건하자는국제회의였으나각국대표들은 무도회나 썰매나 산놀이에만 정신을 팔고 회의의 진전은 「월츠」춤을 추듯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당시의 회의대표자간에 나돈 만화에 다음과같은 익살맞은 글이 적혀있던것만을 보아도 그때의 회의광경을 가위 짐작할만하다.『노서아의 황제는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연애를 하고,「프로이센」의 왕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사삭하고, 「덴마크」의 왕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떠들고,「바이에른」왕은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마시고,「뷰르덴베르크」의왕은 모든사람을 대신하여 퍼먹고,「오스트리아」의 황제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돈을치른다』라고….
비단「빈」회의만이 아닐것같다. 국제회의란 예나 지금이나 춤출뿐이지 전진하지는 않는법. 도리어「타레란」의 말처럼 회의의「디저트」에는「사과」가 아니라 대포탄환이 나옴직한 경우가 적지않다. 다른동물과 달리 인간은 회의를 좋아하지만, 실상 그회의를 통해서 무엇인가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의견의 합일을 본것은 매우 드물다. 일종의「파티」나 가장무도회쯤으로 알고있는것이 속편할때가 많다.
금년은 국제회의의 해―「아시아외상회의」로부터 시작하여 요즈음의 APU에 이르기까지 꽤많은 국제회의가 열렸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격의 인상을 남긴채 시들어져간것같다. 없는 나라살림에 실속없는 국제적인 잔치만 벌이다가는 쌀독의 바닥이 드러날까 염려된다.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지불한다」는 평을 받은「빈」회의의 주최國「오스트리아」의 황제처럼 3천만「푸로링」의바가지를쓴 회의처럼 되어서는 안되겠다. 아세아외상회의때는 만불, APU에 쓴 회의비용은 두합약20만불. 그러나그 거액에비해 과연 우리가 거둔실리는 무엇인가? 빛좋은 개살구격으로 국제회의만 자꾸 열것이 아니라 평소의 국제외교에 좀 더 힘을써주는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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