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삭 일대기 그린 '문협(文俠)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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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적 인물 동방삭(東方朔, 기원전 154~기원전 93) 을 문무를 겸비한 지성(智聖) 으로 승격시키며 그의 삶과 시대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대중 역사소설이다. 크게 보면 무협소설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무협소설의 일반적 재미와 호쾌함을 고루 갖췄으면서도 단지 허구의 환상문학으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대표적 역사서인 『사기(史記) 』와 『한서(漢書) 』 등에 나오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며 실제 역사를 소설의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반 무협소설과 구별된다. 역사물 대중작가로 분류할 수 있는 저자 룽인(龍吟) 은 이 책을 '문협(文俠) 소설'이라고 명명했다.

1980년대 중국 대륙을 풍미한 무협소설의 붐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단순 무협소설을 넘어서는 작품을 요구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린 실험적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동방삭에게서 문협의 이미지를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유가(儒家) 의 인문성과 병가(兵家) 의 당당함이 결합된 이상적 인간형이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 흐름에 역류할 수는 없다 해도 문인들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당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서, 그 점이 바로 무협소설과 문협소설의 차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중국 역사상 가장 강성한 시기를 구가한 한무제(漢武帝) 때다. 이 소설의 주인공 동방삭은 한무제를 가장 뛰어난 군주 가운데 한명으로 만든 핵심 브레인,'동방제일검'으로 불리며 천하의 협객들을 굴복시킨 호걸, 점성술의 선구자,만담과 풍류에 능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진정한 멋을 아는 사람으로 황제조차 부러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협소설에 도전장을 낸 이 문협소설은 동방삭과 한무제 사이의 이야기가 큰 줄기를 형성하면서 동시에 당시 최고의 학자였던 동중서, 한무제의 황후 위자부, 그리고 『사기(史記) 』를 쓴 중국 최대의 역사가 사마천 등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문인들의 의협정신을 노래하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펼쳐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간돼 인기를 모은 이 책은 중국 중앙방송국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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