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왕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6일 상오 10시부터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단 최고의 「타이틀」「바둑왕위」결정「리그」전 제1국에서 김인 5단은 흑번으로 조남철 8단을 눌러 18집 반으로 이기고 하오 10시40분에 막을 내렸다.
두 대국자는 초반부터 많은 시간을 소비하여 상오의 대국이 끝날 때는 겨우 39수까지 진행되었다.
하오 2시20분부터 속개되어 오른쪽에서 압력을 받던 백대마가 40에서 50까지 안전지대로 뛰어 나가자 흑은 좌하귀의 화점에 51로 걸쳐 싸움터를 옮겼다. 여기서 백은 좌·우 어느편에서 응수할 것인가 18분간을 검토하고 52로 붙여 흑61까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흑은 당초의 계획대로 63에서부터 공격을 하고 나섰으나 흑73으로 뻗었을 때 백74의 빈삼각이 묘한 탈출수단이 됨으로써 흑은 47분 동안의 대장고를 했고, 이윽고 제한시간 10분이 남아 초읽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이때 백의 소비시간은 3시간8분. 초읽기에서는 1분간에 한수를 두지 않으며 1분씩 깍여 나가게 되는데 어려운 고비에 이른 흑은 거듭 몇분을 소비하여 6분을 남기고 있었다.
선착을 다투던 좌변에 흑은 77로 비장한 각오로 백세속에 뛰어들어 승부를 걸고 나섰다. 이때까지도 형세는 불명.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조 8단은 시간을 다 쓰고 4시간50분을 소비, 108수부터는 초읽기로 들어갔고 마침내 두 대국자는 다같이 단 1분을 남기고 각박한 싸움을 벌여 몇 시간을 끌었다.
대세가 결정된 것은 흑129에서 149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앙의 흑대마와 우하에서 위쪽으로 뻗은 백대마의 대교환작전이 이루어지고서였다.
백이 뒤에 우상귀에서 162이하 182까지 살았지만 그것으로 기울어진 형세를 바로 잡을 수는 없었다.
조 8단은 「승부에 패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볼 때는 역시 섭섭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본다면 후진들이 선배를 앞지른다는 것은, 우리 기계의 발전을 뜻하므로 경하해야 할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