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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각료간담회의 개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일,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한·일 경제각료 간담회가 열린다. 이 회합은 비록 그 형식이 간담회라고 하지만 한·일 국교정상화이래 처음의 것이며, 일본측의 참석자도 비단 경제관계각료라는 현직에서만이 아니라 일본 정계의 거물급「멤버」라는 점에서 청구권의 사용문제를 비롯한 경제협력전반에 걸친 광범한 의견교환이 있을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①청구권자금의 조기사용과 그 실시계획 촉진 ②3억「달러」이상으로 된 대일 상업차관에 대한 일측 태도의 완화 ③양국간의 통상증대 ④어업협력의 촉진 ⑤해운 및 대한항공 공사의 대일 항로연장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성격이 한·일 양국간의 경제협력 전반에 걸친 의견을 교환한다는 감담회 형식의 것인데다가, 일본측은 ①청구권자금의 조기사용 반대, ②대북괴 문제등 정치성이 개재된 문제의 부의 회피, ③대일 상업차관에 있어서의 사업 우선 순위명시, ④한국선박우선정책의 지양, ⑤KAL의 항로연장 반대 등의 태도를 이미 굳히고 회의에 임하는 만큼 이번 감담회의 성과에 대해서는 그것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우리가 이번 감담회에 요망하고자 하는 점은 먼저 한·일 양국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부문에서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가기 위한 양국정부의 기본자세를 명확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한·일 협정이 그 세목에 있어서 불충분하거나 불명확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동 협정의 체결 당시부터 크게 논란되었던 것이며, 이것을 분명히 못한 채로 그대로 연장시켜 간다는 것은 양국간의 금후관계에 있어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온존하여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북괴에 대한 일본의 「플랜트」유출계획이나 이에 관련된 북괴기술자의 일본입국문제로 이미 노출된 바 있었다. 이러한 기본문제가 석연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한, 다른 모든 문제에 있어서 그것이 우호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마치 기초 없는 구축물과 같이 언젠가는 다시금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주권에 관계되는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양국간의 무역 불균형이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국가간의 정상적인 관계의 유지란 우선 경제면의 그것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균형을 이룬 교역의 기초 위에 그 양적 확대와 질적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지, 몇 푼의 청구권이나 차관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닌 것이다. 해마다 확대일로에 있는 양국간의 무역상의 불균형은 한국무역의 대일 편중에 그 원인이 있으며, 동시에 일본 관민의 「낡은」대한 태도가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66년7월말 현재의 대일 수출액은 3천6백70만「달러」인데 일본으로부터 수입액은 1억9백40만「달러」로서 호전과 정상화란 어휘자체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일본측의 성실한 태도가 엿보이지 않을뿐더러, 한국측의 확고한 결의와 국민적인 노력을 아직 볼 수 없다는 것은 심히 유감 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셋째로 청구권과 대일차관에 관하여도 상규를 벗어난 것이 현저히 눈에 띈다. 협정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른바 「조기사용」을 내걸음으로써 대내적으로는 국민을 현혹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외해를 자초하는 처사는 국가적 견지에서 삼가야 할 것이다. 이통에 한몫보지 않고서는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듯이 국가적 이익과 국민적 체통을 잊고 마구 날뛰는 일부 몰지각한 이른바 실업가의 거동에는 낯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허점을 기화로 하여 일본측이 민간상업차관을 제한하며 어업협정의 준수에 끝내 무성의한 태도로 임하는가 하면 한국어업의 북양진출을 억압 내지 방해하고, 해운업 보호조처의 강화와 선박의 대한수출금지 등의 갖가지 위협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심히 불유쾌하고 불행한 일이라 하겠다.
모처럼 양국정부의 경제각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기회를 외교적인 의례와 상호탐색의 술책으로 시종할 것이 아니라 우의를 토대로 한 상호이익의 보장방법을 허심탄회하게 모색하는 진지한 회합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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