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사 국회 무시…탕평 노력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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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당선인이)국회의 입법권을 철저히 무시하며 강행한 인사에서 선거기간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민주화, 탕평이나 지역 안배, 국민 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가 기강을 바로잡는 사정라인의 인사는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 박근혜 정부의 부실한 시작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허태열 비서실장·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가 모두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문 위원장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안과 인사에 대해 최근까지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내각 인선을 일괄 발표하자 민주당이 강경론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 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는 것도 비난받는 이유다.

 문 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정부의 지각출범이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비난하지만 이는 적반하장”이라며 “지각출범보다 부실출범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상털기 청문회가 문제가 아니라 협소한 인력풀, 부실한 사전검증이 문제”라며 “부적격 인사를 내놓으며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 집요하게 따지고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문병호 비대위원도 “박 당선인이 현행 정부조직법에 없는 장관(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 등) 후보자까지 모두 발표했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협상을 무시하는 일방적 태도”라고 비난했다.

 조직개편안 협상도 난항에 빠졌다.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새누리당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새정부의 원안대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방송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안에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수위와 새누리당의 일방적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설훈 비대위원은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총에서 ‘이젠 행동에 옮길 때가 됐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여당 대표가 날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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