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물농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소위 홍위대가 발광하는 모양이 심상치 않은 중에도, 외국인만 보면 무조건 돌파매질을 하고, 외국인과 사귄 중국인에게 모진 사형을 안기곤 하는 대목은, 그들의 병세가 벌써 사경에 이른 증거일까.「타임」지에 의하면 외국인을 치료해 준 의사를 끌어내다가 북평거리를 기게했다니, 분명 인간들이 아니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은 보통「러시아」혁명을 멋있게 풍자한 것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현재 중국전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란극을 정확하게 예언한 것으로 고쳐 해석해야할것같다. 인간인 농장 주인을 몰아낸 동물들은「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수퇘지의 압제아래서 무자비한 착취를 당한다.
무지몽매한 동물들을 마음대로 부려먹기 위해선, 적을 만들어 놓고, 적에 대한 적개심을 밤낮으로 고취하는 것이 상책이다. 동물들의 적은 인간이다.『두다리로 걷는 것은 모조리 적, 네다리로 걷거나, 날개로 나는 것은 모조리 동지』라는 계명이 생긴다. 인간이 미우면 인간이 하는 모든 짓이며 습관도 미워해야 한다. 그래서 동물은 옷을 입어선 안되고 침대에서 자거나 술을 마셔도 안된다는 계명이 붙는다.
홍위의 무리가 보이는 외국인 증오증은 동물농자의 인간증오운동이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동물이기로서니, 동물의 처지나 음식, 잠자리가 인간의 그것보다 더 나을 수는 없다. 인간은 모든 동물의 철천의 원수이고, 인간과 거래하는 자나, 인간들의 썩어빠진 습관을 흉내내는자는 동물이자 동물아닌 반역자라고 떠들어대는 수령「나폴레옹」이 제일 탐내는 것이 인간들의 침대와 술과 화사한 옷. 아니나 다를까 혁명후 수년이 지난 어느날 저녁, 전 농장주인 인간을 주빈으로 하는 인간적인 대주연이 수령의 저택에서 벌어진다.
처음엔「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헌장을 농장 담벼락에 크게 써붙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샌가「어떤 동물은 딴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새헌장으로 바뀐다.
7억 중국인의 14억 콧구멍에서 담배연기가 나와선 안된다는 호령이 내렸지만, 모 수령의 콧구멍에서 나오는 연기를 막을 도리는 없을테니 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