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에 꼭 끼는 감초, 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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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로(29) 는 자신을 전사(戰士) 에 비유했다. 끝이 어딘 줄 알 수 없는 영화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 그게 자신의 과거요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규정했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다닐 때부터 그렇다고 했다.

예컨대 학생 시절부터 몸관리를 위해 술을 멀리 했다고 한다. 그가 술을 마시면 잠자던 친구들도 달려나올 정도라고 농담했다.

"언제 어디서라도 '슛'(촬영) 소리와 함께 연기에 들어갈 수 있는 배우, 즉 준비된 배우가 되고 싶어서죠. 복싱.검도.무용 등 어떤 역할이 떨어져도 한 두 달만 연습하면 프로가 될 정도로 몸을 다듬고 있습니다."

배우 란 직업에 대한 확신이 느껴진다. 실제로 "너무 전투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주변으로부터 많이 듣는다고 했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입니다. 집에서 쉴 때도 항상 운동을 하죠. 아니면 여행을 가든지요. 그래도 앞날을 향한 전투니까 행복합니다."

영화 속의 코믹한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1백85㎝, 81㎏의 건장한 체구가 신념과 각오로 똘똘 뭉친 것 같다. 나아가 그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요. 사나흘 밤을 새고 나서도 여덟시간 이상 자지 않죠.

몸을 항상 긴장상태로 유지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정말 독종이다"고 했더니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라며 즐거워했다.

김수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영화계가 올해 거둔 수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가 출연한 '달마야 놀자'와 '화산고'의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다. 향후 영화계를 이끌어갈 '개성파' 배우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한때 충무로엔 "김수로가 나오면 관객 1백만명은 보증한다"는 설(說) 이 돌았다. 데뷔작인 '쉬리'의 북한군 특수요원부터 '주유소 습격사건'의 중국집 철가방, '반칙왕'의 일본 프로 레슬러, '리베라메'의 말 못하는 소방관, 그리고 올초 '선물'의 개그맨까지 그가 나온 영화는 속칭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최근 '달마야 놀자'의 떠벌이 조폭 왕구라와 '화산고'의 역도부 주장 장량으로 확고한 이미지를 심었다. 능청스레 웃어대는 코믹스런 표정과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힘찬 액션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여왔다.

아직 '김수로표'라고 콕 찍어 말할 영화는 없으나 작품수를 늘려가며 그만의 공간을 확보해온 노력파인 것이다. 학원 액션극 '화산고'에선 드디어 주연을 따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타고난 배우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1백% 후천적 노력으로 결정된다고 봐요. 출연작마다 흥행한 건 우연일 뿐이죠."

그래도 "우연치곤 지나치다"고 반문하니 "가급적 새로운 색깔의 작품을 고르려다 보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예컨대 '달마야 놀자'는 조폭 영화 가운데서도 따뜻한 감성이 녹아있고, '화산고'는 종전에 시도 못했던 만화적 팬터지라는 것이다.

'수로(秀路) '는 기독교 신자인 그와 가까운 목사가 지어준 예명. '빼어난 길을 걷는 배우로 성장하라'는 당부가 담겨있다고 한다. 그에겐 인생의 좌우명 같은 이름이다.

"앞으로 제 이름을 앞세운 영화를 꼭 두번 정도 하고 싶어요. 이후에는 주.조연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영화라면 조연도 주연만큼 멋있잖아요."

현재 그에겐 50여편의 시나리오가 몰려든 상황. 2년 전 20여명에 그쳤던 인터넷 팬카페 회원수도 2천여명으로 늘었다. 배우의 인기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차기작은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재밌는 영화'.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들을 패러디할 이 작품에서 그는 '쉬리'의 최민식역을 맡았다. 데뷔작에서 그를 통솔했고, 또 평소 그가 가장 존경하는 최민식이다. 선배와 다른 그만의 뉘앙스를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최종 목표요. 당연히 할리우드죠. 내년엔 짧게나마 영어연수도 갈 겁니다. 안되도 할 수 없지요." 노력은 다하되 결과엔 연연하진 않겠다는 것.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젊음의 도전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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