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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지구 뜨거워진다는데 강추위 왜 계속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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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NIE(신문활용교육) 지면이 바뀝니다. 신문에 실린 시사 이슈와 관련한 개념을 교과서 속에서 찾아본 후 대안과 해결책을 함께 고민합니다. 서울 명덕외고에서 13년째 NIE 논술반을 이끌고 있는 김영민 국어 교사가 주축이 되고, 사회·과학·미술 등 각 과목 교사도 함께 참여합니다. 이슈의 난도에 따라 중학교 교사진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기사

① 중앙일보 2012년 12월 22일자 18면
100년 만의 ‘뜨거운 9월’이 한파·폭설 몰고 왔다

② 중앙일보 2012년 5월 8일자 E13면
지구환경 지키는 국제 모임

생각해볼 문제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이 뚜렷한 온대 기후 지역에 위치해 있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부터 고등학교 한국지리 교과서까지 예외 없이 우리나라 기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 피부에 와닿는 기후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올겨울만 해도 ‘때 이른 한파’라든가 ‘27년 만의 강추위’ ‘예고 없이 떨어진 기온’ 등이 기상 뉴스에 등장하고 있지요. 예년에 비해 한층 춥고 혹독한 날씨라는 걸 보여주는 표현들입니다.

 여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여름 사상 초유의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전기 공급이 일시에 중단되는 ‘블랙아웃’ 위기상황까지 경험했잖아요. 해가 갈수록 겨울 추위, 여름 더위가 더 길고 혹독해지고 있습니다. 4계절이 아니라 2계절 기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그저 기분 탓일까요?

 지난해 12월 22일자 중앙일보에는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여기서는 불볕더위와 강추위를 오가는 이상기온의 원흉을 ‘지구온난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여름철 더위를 일으킨다는 건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겨울철 한파의 원인이 되는 건 왜일까요.

북극 찬 공기 막는 에어커튼 제트류 약해진 탓이죠 … ‘공유지의 비극’ 벌어질까 걱정

교과서

고등학교 지구과학Ⅱ(천재교육) 4단원
대기의 운동과 순환 <제트류>

고등학교 경제(교학사) 5단원
세계 시장과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 <교토의정서>

중학교3 도덕(비상교육) 3단원
세계 평화와 인류애 <공유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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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과 해결책

답은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Ⅱ 교과서(천재교육)에는 ‘제트류’라는 개념이 실려 있는데요. 제트류란 ‘북반구 중위도 지역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강한 바람’을 말합니다. 대기권 상부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고도 10㎞ 부근에서 시속 100~200㎞로 움직이는 기류지요.

 겨울철에 차가운 시베리아 기단이 세력을 확장하다 남쪽에 있는 따뜻한 공기와 만나게 되고, 이 두 공기의 온도차가 클수록 제트류는 더욱 강하게 발생합니다. 바깥 날씨가 춥고 집안 공기가 따뜻할 때 문틈으로 황소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것과 같은 원리지요. 온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제트류는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흐르게 된다고 해서 이 흐름을 ‘사행(蛇行)’이라고 부릅니다.

 제트류의 역할은 지구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적도 부근이 더 뜨거워지지 않고, 극 지방이 더 추워지지 않는 것도 제트류가 에너지를 이동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류나 대기의 흐름도 ‘지구의 에너지 균형 유지’라는 비슷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에너지 불균형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지구가 내리는 극약처방이 제트류인 셈입니다.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가 더 추워진 이유는 제트류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폭이 좁고 속도가 빠른 제트류가 강하게 불수록 북극 지방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에워싸는 ‘에어 커튼(air curtain)’의 역할을 해왔거든요. 에어 커튼은 식료품 마트에서 채소나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고 윗부분에서 강풍을 내리뿜어 외부의 공기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에어커튼, 즉 제트류가 강하고 빠르게 움직여 탄탄한 벽처럼 돼야 극지방의 차가운 기온이 우리나라까지 내려오지 않겠죠. 제트류가 강해지려면 시베리아 기단과 남쪽의 따뜻한 공기 간 온도차가 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아, 한여름에는 북극해로가 열릴 정도가 됐죠. 지표 상태도 변화시켜 햇빛의 반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강력한 제트류가 시베리아 상공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 차단막 역할을 해줬을 텐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약해진 제트류로는 찬 공기의 남하를 막을 힘이 없다는 겁니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우리의 겨울은 더욱 추워질 예정이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철 추위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면, 대안은 과학 교과서가 아닌 사회 교과서에서 찾아야 합니다. 고등학교 경제(교학사) 교과서에는 교토의정서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2005년 공식 발효한 국제협약입니다. 선진국 38개국은 1990년을 기준으로 2008~2012년까지 평균 5.2%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요. 한국은 2002년 11월에 비준했지만 개발도상국으로 구분돼 법적 의무는 부담하고 있지 않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 구속력을 가진 유일한 조약이지만, 정작 실천에 나서야 할 선진국들이 비준을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가 빠져 있다”며 비준을 거부했고, 러시아·일본·캐나다도 탈퇴한 상황입니다. 현재 의무감축국은 유럽연합과 호주·스위스만 남아 있는 상태죠.

 교토의정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로 분류되는 이산화탄소(CO₂)·메탄(CH₄)·아산화질소(N₂O)·불화탄소(PFC)·수소화불화탄소(HFC)·불화유황(SF6) 등 6가지를 줄이는 노력이 자칫 자국 산업의 축소와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죠. 또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서로에게 지구온난화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나타납니다. 이미 산업화를 완성한 선진국은 이제 막 산업 중흥기에 들어서 매연을 뿜어내는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지구의 굴뚝’으로 지목하며 ‘온실가스를 감축하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현재 지구온난화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산업화 단계에서 뿜어낸 온실가스” 때문이라며 선진국 책임론을 들고 반박하는 상황입니다.

 선진국이 먼저 양보하느냐, 개도국이 양보하느냐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풀기 힘든 난제 같은가요?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의외로 쉬운 답이 적혀 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개념인데요. 개방된 초원에서 가축을 방목하는 사람이 늘수록 초원은 황폐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남을 희생시키며 나의 권리를 극대화하려는 이기주의적인 노력을 지속하면 결과적으로 나를 포함한 공동체 전부의 몰락을 초래한다는 것이죠. 지금 필요한 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모두의 ‘양보’가 아닐까 합니다.

 어때요? ‘올겨울, 왜 이렇게 추울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신문과 교과서를 넘나들다 보니, 과학과 경제를 거쳐 꽤 철학적인 담론까지 이어지게 됐네요. 다음번에도 우리 눈앞에 놓인 단순한 현상들이 얼마나 다양한 교과서에 언급돼 있는지 확인해 보면서 호기심과 사고력을 넓혀 봅시다.

집필진=명덕외고 김영민(국어)·송용석(지구과학)·한민석(사회) 교사, 양강중 유정민(기술가정)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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